미 국방부 반응 주목

6.25전쟁 초기 발생한 노근리 학살사건이 당시 존 무초 주한 미국대사의 서한으로 인해 다시금 사건 진상규명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무초 대사가 본국 국무부에 보낸 서한 내용은 당시 발포를 포함한 미군의 난민 대처방안을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난민들에 대한 발포가 우발적이었다는 미 국방부측의 공식 조사결과와 어긋나기 때문에 미 정부에 대한 사과요구와 미당국의 은폐가능성 등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무초 대사는 당시 딘 러스크 국무부 차관보에 보낸 서한에서 난민들이 미군 전선으로 몰려들 경우 경고사격과 발포를 포함한 대처방안을 대사관과 미군관계자들 이 사전에 협의했으며 인명 살상을 초래할 이러한 대응이 미국내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지를 보낸다고 적고 있다.

이에 대해 러스크등 당시 정부측이 어떠한 결정을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고있다.

미국방부는 AP 통신의 특종보도로 노근리 사건이 공개되자 1999-2001년간 자체조사에 나서 300쪽 분량의 조사보고서를 공표했으나 노근리 발포가 당시 피난민들이 전선으로 몰려들면서 당황한 병사들이 우발적으로 발포해 발생한 비극적 사건으로 규정지었다. 곧 상부로부터 사전에 공식적인 발포 명령은 없었다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이번 무초 대사의 서한으로 우선 미 국방부 조사결과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최소한 미 정부 상부에서 노근리 발포 방침을 사전에 알고있었다는 추정이 제기되고있다.이는 노근리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발포지침’이 내려졌을 수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미 국방부 조사단은 노근리 사건의 사실 규명을 위해 미 국립 문서 보관국의 정부문서를 열람했으며 무초 대사의 서한도 마이크로 필름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사결과 보고서에는 누락됐다.

단지 수많은 관련 문서를 열람 하면서 무초 대사의 서한이 실수로 누락된 것인지 아니면 고의로 누락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무초 대사의 서한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3년이라는 장기간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결과보고서에서 누락된것은 납득하기 힘든 점이 많다.

미 국방부가 무초 대사의 서한이라는 새로운 ’증거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내놀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국방부 대변인도 앞서 공식 조사결과보고만 반복해 노근리 사건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방부가 무초 대사의 서한을 근거로 노근리 사건의 재조사에 착수할 지도 미지수이다.

미 국방부는 최근 뒤늦게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 해병대의 이라크 양민 24명의 학살 사건에 처리에 부심하고 있다.

의회등 일각에서는 군당국에 의한 은폐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만약 의회등 일각에서 노근리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할 경우 국방부가 마냥 ’우발적 사건’으로 일축할 수 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초 대사 서한에 대한 보도로 노근리 사건진상 규명논란이 다시 불거진 29일은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미국의 현충일.

착잡한 분위기 속에 현충일을 맞은 국방부의 반응이 주목된다./워싱턴=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