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일정… 열차 이용할지 결정안돼

남북한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6월 2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육로를 이용해 평양을 방문한다는 데 의견접근을 보았다. 그러나 열차를 이용할지 승용차를 이용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등 김 전 대통령 방북 실무대표단은 29일 개성에서 북측 대표단과 만나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정 전 장관이 전했다. 남북은 다음달 7~9일 사이 3차 접촉을 갖기로 했다.

정 전 장관은 “구체 일정은 방북 경로와 관련해 유동성이 있어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통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부일정, 방북단 규모, 방북 날짜와 시간 등이 모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차례의 남북한 접촉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가장 큰 쟁점은 DJ의 열차 방북이 가능할지 여부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철도 이용 문제는 아직 살아있고 앞으로 계속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해 이 문제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우리측은 DJ의 건강상태로 보아 열차 방북이 불가피하다고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접촉을 마친 후 돌아와 “자동차 이용 시 도로포장 등 때문에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북측이 원래 희망한 비행기를 통한 방북의 경우 DJ가 지난해 두 차례나 입원한 이후 의료진이 항공기 여행을 만류했다는 점을 들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북측에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약속한 열차 시험운행도 무산시킨 북측이 DJ의 사정을 봐줄지는 미지수다.

정 전 장관도 열차 시범운행에 대한 북측 입장을 묻자, “이번 실무회의에서는 다시 거론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북한 군부는 담화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열차 방북을 ‘정략적 기도’라고 비난했었다.

이날 접촉에서 방북단 규모에 대해서도 합의하지 못했다. 우리측은 특별수행원과 의료지원단, 정부지원단, 기자단 등 90명 안팎을 제시했으나 북측이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측은 규모 축소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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