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경협자금으로 빚갚는데 쓴 의혹도

◇2004년 12월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처음 생산된 리빙아트 냄비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일보DB


‘개성 냄비’ 혹은 ‘통일 냄비’를 만든 기업으로 관심을 모았던 리빙아트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 선정되고, 남북경협자금 30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은 의혹투성이다.

현재 인천광역시 서구 금곡동에 위치한 리빙아트는 1년여 전 부도로 C사 등 다른 기업들이 입주해 있었으며 공장 부지와 집기 등도 다른 회사에 넘겨지고 ‘간판’만 남아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말 현재 리빙아트의 장기 차입금은 46억원, 단기차입금은 73억여원이다. 2004년 연매출액 72억원보다 급히 갚아야 할 단기채무가 더 많은 열악한 재무구조였다.

2003년 역시 당기순손실 8억여원에 차입금 규모는 80억원을 웃돌았다. 리빙아트의 전 임원은 “2004년 초부터 재무 상황이 급속히 나빠졌으며, 그해 하반기부터 생산활동이 거의 중단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04년 6월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를 신청했으며, 136개 기업 가운데 1차로 뽑힌 15개 기업에 들지는 않았지만, 예비 후보 10개사에 포함된 뒤 보름 만에 입주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앞서 선정된 2개 기업이 자격미달 등의 이유로 탈락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한국토지공사는 “시범단지 입주업체를 선정하면서 신용등급·재무건전성 등 ‘성공 가능성’을 중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재무 상황이 엉망이었던 리빙아트가 사업자로 선정된 데는 보이지 않는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29일 인천 서구 금곡동 인천공단 내 옛 리빙아트 공장의 모습. 리빙아트 간판이 걸려있지만, 건물 내에는 다른 업체의 공장이 가동 중이었다. /채승우기자 rainman@chosun.com

입주업체가 된 직후 리빙아트의 재정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2004년 8월 채권자인 S사가 신청한 이 회사 토지와 건물을 상대로 한 강제경매 신청을 인천지방법원이 받아들였으며, 9월에는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이를 지급보증한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이 회사 자산에 대해 가압류를 걸었다.

또 같은 달 S카드사, K사 등이 잇달아 토지와 건물을 가압류하기도 했다. 리빙아트는 카드대금 1100만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같은 달 한국수출입은행에 30억원의 남북경협자금 대출을 신청했으며, 그 다음달인 10월 대출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의 경우 수십억원을 대출해줄 때 은행측은 당일 신용 상황까지 확인한 뒤에 자금을 집행한다”면서 “리빙아트의 대출은 매우 특별한 케이스”라고 했다.

리빙아트측이 경협자금을 대출받아 “개성공단 사업이 아니라 자기 회사 채무 등을 갚는 데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 회사 대표 강모씨는 “리빙아트보다 재무 상태가 나쁜 기업도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다”며 “입주업체 선정과 대출 과정에서 관계기관에 로비한 적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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