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측 중견 언론인들의 연구·친목 모임인 관훈클럽(총무 김창기)의 30일 개성공단 방문에 대해 초청장을 내주지 않았다.

관훈클럽은 두달 전부터 회원들의 개성공단과 개성 시내의 선죽교, 고려민속박물관(고려 성균관) 방문을 추진했다. 논설위원, 부장급 간부 등 전·현직 언론인 150여명이 신청했다.

북한은 처음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철도 시험운행이 무산된 직후인 27일 ‘개성공단 방문은 가능하지만 개성 시내 참관은 허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초청장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29일 초청장 발부를 계속 늦추다가 이날 밤 “관계기관 간 협의가 끝나지 않아 내줄 수 없다”고 우리측에 알려왔다. 관훈클럽과 동행할 예정이던 외교부 출입기자 30여명 등 다른 방문단에도 역시 초청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이런 태도는 지난 18일 남북 장성급회담 결렬 이후 북한 군부의 초강경 자세와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군부는 28일 발표한 담화에서 당국자, 여야 정치인과 함께 언론인들이 열차 시험운행 책임을 북측에 전가하는 데 가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 군부는 담화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차 방북 등은 정략적 기도라고 했고, 개성공단 건설 등이 단명으로 끝난 금호지구(신포경수로)의 건설처럼 되지 않겠는가 주시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처럼 북한 군부가 남북관계에 직접 개입하고 목소리를 내면서 남북관계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29일 논평에서 열차 시험운행 취소와 관련, 책임이 남한에 있다면서 “해상경계선(NNL)을 바로 확정하지 못할 경우 임의의 시각에 제2, 제3의 서해 해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 경제협력추진위를 6월 3∼6일 제주에서 개최하자고 제의, 경추위에는 참석할 뜻을 밝혔다. 남북 간에 상당한 의견접근을 본 신발·비누 등 경공업 원자재 지원은 예정대로 받아가겠다는 자세인 셈이다.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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