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북한-이란전이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다./연합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한국 정부에 독일 월드컵을 시청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정부 관계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조선중앙방송위원회 명의로 다음달 10일(한국시간) 개막하는 2006 독일 월드컵 주요 경기를 북한에서도 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도록 남측이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북한이 이 같은 요청을 한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4 아테네 올림픽이나 2005 동아시아축구대회 때도 같은 요청을 했던 것을 감안할 때 세계적 관심사인 독일 월드컵에 쏠린 북한 주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월드컵 중계방송 협조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마추어 경기인 올림픽이나 동아시아축구대회와 달리 월드컵은 막대한 중계권료와 광고료가 오가는 프로 경기이기 때문에 중계권 등과 관련된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코리아풀’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마케팅 대행사인 인프런트사(社)에 2천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독일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한 바 있다.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북측의 요구를 적극 검토하기로 하고 대한축구협회 등의 협조를 얻어 FIFA나 인프런트 측과 월드컵 방송의 북한 송출에 필요한 구체적 사항을 협의하기로 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사회주의국가라서 방송에 따른 광고수입이 있을 수 없다는 점 등을 인프런트 측에 잘 설명하면 최소한의 상징적 비용과 방송 송출에 필요한 위성 임대료 등의 기술적 비용만 부담하고 북한 주민이 월드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에 월드컵이 방송될 경우 자연스럽게 한국 대표팀이 뛰는 모습을 북한 주민이 볼 수 있게 돼 남북간 화해협력 분위기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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