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 회담의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26일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에게 전화통지문을 발송, 남북 철도시험운행 중단 책임이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북측에서 보내온 전통문 전문이다.

『우리는 지난 5월24일 내외의 관심과 기대속에 진행될 예정이던 북남 열차시험운행이 이뤄지지 못하게 된 것과 관련한 우리측 입장을 통지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귀측은 당국자들과 여야당 관계자들, 대북전문가들과 언론들을 내세워 이번 열차시험운행 중단이 마치 우리측에 의한 것인 듯이 여론을 조성하고 있으며 그 무슨 통지문까지 보내오면서 책임을 회피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나는 귀측에 북남 열차시험운행 중단 사태와 관련한 우리측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북남 열차시험운행이 중단되게 된 책임은 전적으로 귀측에 있습니다.

그것은 우선 귀측 군부가 조선반도의 평화보장에서 급선무로 나서는 현안 문제 해결을 완전히 외면하고 회피한 데 근본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고립.압살 책동이 극도에 이르고 있고 쌍방의 방대한 무력이 첨예하게 대치돼 있는 우리 나라의 현 조건에서 평화보장을 위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민족의 운명과 직결된 사활적인 문제라는 데 대해 귀측은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측이 장령급(장성급) 군사회담을 비롯한 여러 기회들에 누차 강조한 바와 같이 오늘 조선반도 평화보장을 위한 선결적 과제는 서해 해상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절실한 해상 경계선을 바로 확정하는 문제입니다.

지난 시기 막대한 인명피해를 초래하고 북남관계를 파국상태로 몰아넣은 두 차례에 걸친 서해상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북남관계에서 초미의 관건적 문제로 나선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귀측 군부는 우리의 거듭되는 제의와 인내성 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치않은 이유를 내들고 끝까지 문제해결을 회피함으로써 북남 사이에 어떤 분야의 안전보장 조치도 취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더욱이 엄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북남 화해와 협력의 시범사업으로 계획된 북남 열차시험운행을 불과 며칠 앞두고 귀측 한나라당 극우보수세력들이 서울 광화문 앞과 평택지구에서 우리 측을 무모하게 걸고 들면서 우리 국가의 존엄 있는 상징인 공화국기를 감히 소각하는 것과 같은 화형식 망동을 감행한 것입니다.

이 용납할 수 없는 엄중한 도발사태는 귀측 경찰 당국의 묵인 하에 백주에 공공연히 자행되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 대한 극히 악질적인 도발로서 귀측이 우리와 화해하고 협력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명백히 확인해준 것이라고 밖에 달리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 사태가 너무도 엄중하기 때문에 귀측은 사실 자체를 공개조차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숨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남관계가 진전돼 갈 때마다 이런 도발적인 사건들이 발생하는 데 대해 주목하면서 대화 일방을 무시하고 거세하는 귀측의 극히 무모하고도 위험천만한 도발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시합니다.

우리는 귀측이 이번 시험운행이 중단된 책임문제를 논하면서 그 무슨 경공업 원자재와 철도자재 제공을 감히 입에 올리는 것과 같은 졸렬한 태도까지 취해 나선 데 대해서도 문제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귀측은 말을 해도 책임질 줄 알고 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식대로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이 한 길을 갈 것입니다.

우리는 귀측이 열차시험운행의 중단 책임을 물으려 한다면 응당 남에게가 아니라 귀측 군부 당국과 한나라당 극우보수세력들에 물어야 하며 그들의 죄악을 똑똑히 계산하는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나는 귀측이 우리의 국기를 훼손시킨 범죄에 대해 똑똑히 사과하고 책임 있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