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 東北亞시대 위원장은 김대중 前 대통령이 “(6월 방북 때) 이 민족, 1300년 통일된 민족, 부당하게 60년간 분단된 민족을 어떻게 통일할 것인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참 답답하다. 정부 생각과 전혀 다르다. (김 전대통령 방북) 준비가 너무 煩雜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 위원장의 말에 대해 “妄發”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 전 대통령의 통일방안 논의 발언을 듣고서 우선 들었던 걱정은 전직 대통령이 국가의 운명과 안위가 걸린 통일문제를 북과 논의한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에서 과연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통일’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기에는 서로간의 거리가 너무 멀고 아득하다. 북한의 核과 위조지폐 제조, 인권문제 등 건드리면 터질 듯한 위태위태한 主題들이 널려있고 이로 해서 국제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단계에서 통일 논의를 꺼내는 것은 그보다 火急한 문제들을 뒷전으로 돌리는 결과만 가져올지도 모른다.

더구나 오늘의 국내 현실은 대한민국 正體性을 공격하는 일부 세력들이 국민적 지혜를 총동원해 냉철하게 접근해야 할 통일문제를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대중선동 次元으로 끌어내려 사회적 분열을 深化시키고 있기에 전직 대통령의 통일 논의에 더욱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통일방안을 논의한다면 ‘(김 전 대통령의) 聯合制 통일방안과 북측 낮은 단계 聯邦制의 공통점을 찾는다’는 2000년 정상회담 공동선언 내용을 다시 얘기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연합제 구상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국회 동의를 거쳐 정부 공식입장이 됐고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보완을 거쳐 확정된 民族共同體 통일방안과는 거리가 있다.

현직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뜻을 묻지 않고는 통일방안을 바꿔 추진할 권한은 없는 법인데 전직 대통령이 통일에 대한 私案을 거론한다는 것은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소지가 없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달 초 몽골에 가서 “주변국 때문에 선뜻 할 수 없는 일이 있는데 김 전 대통령이 길을 열어주면 나도 슬그머니 할 수 있겠다”고 했었다. 대통령을 수행했던 고위관계자는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방북하는데 전적으로 개인자격 방문, 즉 現 정부 생각이나 정책과 동떨어진 입장에서 방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과 방북 문제 전체를 調律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정부가 방북지원단까지 구성해 협의 중이라는 전직 대통령의 방북 議題를 놓고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으니 그저 위태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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