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한국내 `북한풍 식당' 소개

뉴욕타임스는 25일자 인터넷판 톱기사 ‘북한, 남한 깊숙한 곳에 시장을 찾다(In Deep South, North Koreans Find a Hot Market)’에서 한국 내의 북한풍 유행을 소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밤 대전 중심가에 위치한 ‘평양 모란바’의 대형 비디오 화면에는 ‘천년에 한 번 나타난 지도자 김정일’이란 글씨가 나타났다.

이곳에서 일하는 북한 출신의 여자 종업원들은 밝은색의 구식 한복을 입었고, 1980년대 북한 유행가 ‘휘파람’을 어설프게 불렀다.

기사는 “북한 음료수와 맥주는 뚜껑도 제대로 닫혀 있지 않았고 식당 서비스는 엉망이었다”면서 “하지만 음정도 안맞는 노래가 끝날 무렵 손님 한 명이 앵콜을 외쳤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문을 연 이 북한풍 주점 입구에는 ‘북한에서 온 아름다운 소녀들’이라는 광고 문구가 걸려있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북한의 풍경 포스터 등으로 꾸몄고, 계산대 뒤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고 기사는 전했다.

이에 대해 기사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초등학생들은 반공 포스터 대회에서 북한 사람들을 기괴한 모습으로 그렸지만 이른바 햇볕정책 이후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며 “한국에서 ‘공동경비구역 JSA’라는 영화가 인기를 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기사는 “이런 흐름 속에서 탈북자들과 한국인들은 북한을 주제로 한 식당을 열기 시작했고, 인터넷 사이트 ‘NKMall(www.nkmail.com)’를 통해 북한상품이나 예술 작품이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전국 70곳에 매장을 둔 북한 제품 전문 쇼핑몰 ‘NKMall’에는 뚜껑이 부실해 김 빠진 음료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오히려 질이 나쁘다는 게 ‘북한산’의 매력으로 떠오르면서 남한 손님들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탈북자 정수반 씨는 “몇년 전만 해도 웨이터에게 북한 군복을 입힌 식당들은 망하는 분위기였지만 요즘엔 북한풍이 유행”이라며 “조만간 서울에 ‘옥루옥’이란 북한 음식점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북한 음식점 ‘날래 날래’를 운영하는 한국인 홍창료씨도 올해 안에 세번째 체인점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홍씨는 “북한산 버섯과 주류, 해산물 등을 이용한 북한 지명을 딴 메뉴가 인기”라며 “하지만 2∼3년 전이었으면 공산주의자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한편 기사는 이런 북한풍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은 세대별로 나뉜다고 지적했다. 기성세대들은 북한을 아직도 적으로 인식하고 굶주린 북한 어린이들을 떠올리는 반면, 젊은 세대들은 평양의 깔끔한 거리를 보고싶어한다는 설명이다.

정수반씨는 “두 계층 모두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 개업할 식당은 북한을 객관적인 이미지로 나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북한에 살 때는 대동강 맥주가 있는 줄 몰랐는데 남한에서 북한 음식점 개업을 준비하면서 알게됐다”며 “참 재미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은 기자 2ruth@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