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구상이 22일 워싱턴의 한 심포지엄에서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구상은 한미연구소(ICAS) 주최로 이날 미 상원 러셀빌딩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미대사가 ‘한반도 평화전망’을 주제로 연설한 직후 제기됐다.

허바드 대사가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전반을 개괄하는 강연을 마친뒤 우드로 윌슨 센터의 마크 모어 아시아프로그램 담당자는 ‘6자회담 진전을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아버지 부시 전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지미 카터 전대통령이 대북 특사로 나서 1994년기본합의서 체결의 돌파구를 마련했던 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하고, 시베리아 가스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대북 경제지원의 ‘구체적인 신호’를 보낼 필요도 있다고 제시했다.

허바드 전대사는 이에 대해 아버지 부시 방북은 “훌륭한 구상(wonderful idea)”이라고 평가하고, 북한을 위한 가스관 프로젝트 추진도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허바드 전대사는 자신이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로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업무를 지휘했음을 설명한뒤, 자신은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반대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허바드 전대사는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다면 북한 핵문제가 지금과는 달라졌을 것으로 본다며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아버지 부시 전대통령의 방북 같은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아버지 부시 전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을 할 입장이 아니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또 리처드 루거(공화)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전제로 안전보장과 북미관계정상화 등을 보증하는 ’북한관계법(가칭)’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이를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허바드 전대사는 이날 강연에서 6자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전제한뒤, 북한에 대한 고립정책은 효과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이 여기에 가담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대북 대화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 인권문제가 아주 중요하다는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문제는 방법론이며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사려깊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는 개성공단 등과 같은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반도 내 각종 현안의 해결을 촉진할 수 있는 획기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