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양(瀋陽)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머물고 있던 남녀 탈북자 4명이 바로 이웃한 미국 총영사관에 담을 넘어 들어가 미국 망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탈북자들은 이 과정에서 한국총영사관의 중국인 직원을 한때 포박하는 등 물리적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미, 한·중, 미·중 간에 삼각 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이 미국에 입국할 경우, 이달 초 동남아를 통해 미국에 망명한 탈북자 6명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서울과 선양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선양 미 총영사관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은 원래 한국 총영사관을 찾아가 한국행을 전제로 대기 중이었다.

이들은 그러나, 지난 6일 탈북자 6명의 미국 망명 소식을 전해 들은 후, 미국으로 망명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의 요구에 대해 우리 총영사관 관계자들은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미국 영사관으로 보내주기가 곤란하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들 탈북자들은 밤에 영사관 내 중국인 직원을 포박하고 담을 넘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때 서울 외교가에선 이들이 우리 영사관 직원들과 심한 마찰을 빚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외교부는 ‘마찰이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고 있으나 ‘우리 직원들이 관련됐다’는 부분은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앞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인권법 제정 후 탈북자 보호활동이 미진하다는 미 의회의 질책을 받아들여, 올해부터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북자 수용은 부시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법원은 탈북자 출신이지만 한국 국적자인 사람의 미국 망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려 한국 정부를 당혹케 한 바 있다.
/베이징=조중식기자 jscho@chosun.com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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