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체제 → 평화체제로 ‘새 對北 접근법’은
회담 나오면 ‘6자+4자’ 두갈래로 갈듯
정부 “작년 6國 합의… 생소하진 않아”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부시 미 행정부의 한반도 평화협정 시작을 포함한 새로운 접근법에 대해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이 북한을 구석으로 몰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서 나온 아이디어로 보인다”고 했다. 그동안 부시 행정부는 위조 달러, 인권 문제 등으로 북한을 전방위 압박해왔고, 우리 정부는 불만을 표시해 왔다.

◆9·19 공동성명에 포함된 내용

부시 대통령은 이 구상을 승인하는 전제 조건으로 북한이 북핵 폐기를 목표로 하는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6자회담과는 별도로 북한이 바라는, 정전(停戰)체제?평화체제 전환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만을 논의해서는 해결이 어렵고, 평화협정에 따른 미·북 수교까지 등 일괄타결만이 문제해결 방법이란 인식이 그 속에 들어있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북핵 6자회담에서 6개국이 합의한 9·19 공동 성명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다. 당시, 공동성명은 평화체제 문제를 “별도 포럼에서 협상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외교부 조태용 북미국장은 이와 관련, “생소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고, 정부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알고 있었고, 3월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언급한 ‘미묘한 정세변화’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가 변수

북한이 평화협정을 원한 것은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서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존재는 김정일위원장 조차 공감한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북한은 공식적으론 여전히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평화협정은 유엔사 해체, 정전위 대체기구 설치, 군축 문제 등이 핵심의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지만, 결국 가장 큰 변수는 주한미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국내 일부 단체에서 평화협정 논의를 계기로 본격적인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4자회담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경우, 앞으로 북한 문제는 북핵 6자회담과 평화협정 회담이라는 투 트랙(Two Track)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부시 행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평화협정 논의는 뉴욕타임스가 언급한 대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송민순 안보정책실장은 지난해 “6자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한반도 평화문제는 과거에 있었던 4자회담에 준하는 모양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4자회담은 96년 김영삼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이 제주도 정상회담에서 제안하고, 북한과 중국이 받아들여 99년까지 여섯 차례 열린 바 있다.

◆현실화될까

먼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 새로운 대북 접근 방식을 추진한다고 해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 인권문제 제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 역시 아직 구체적이지도 않은 미국의 새 접근법만을 믿고 금융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에 다시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북한이 호기심을 갖고 내용을 탐색해볼 가능성은 있다.

이와는 별개로 미국 행정부 내에서 강경한 대북 입장을 주도해 온 체니 부통령이 새 접근법 자체를 좌초시킬 가능성도 있다./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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