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연꽃 들었는데 아시는지…” 北 “나는 부처가 아니다”

제4차 장성급회담 마지막 날인 18일 남북 대표들은 회담에 앞선 환담에서 때론 고사성어와 고전을 거론하며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애쓰면서도 ‘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한민구 남측 수석대표는 환담에서 “오늘 좋은 결과를 내자”며 좋은 결실을 기대한 뒤 곧바로 “부처님은 연꽃을 들어올려 제자 가섭의 빙긋한 웃음을 끌어냈다”며 불교의 화두 중 하나인 염화시중(拈花示衆)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한 수석대표는 “이런 좋은 자리에서 제가 연꽃을 들어올렸는데 단장님께서 의미를 알아채신 건지 알면서도 모른척 하시는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단장은 “나는 귀신을 안믿는다. 나는 사람이지 부처는 아니다. 부처님께 열심히 빌어보라”며 비아냥거리듯 맞받아쳐 일순간 회담장이 ‘썰렁’해졌다.

한 수석대표는 그러나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한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를 꺼내며 “남북이 우공이산의 끈기와 인내를 갖고 우직한 자세로 회담이 결실을 보도록 노력하자”고 제의했다.

하지만 김 단장은 이번에도 “난 주체가 습관이 된 사람”이라며 “조선사람은 슬기롭게 우리 식대로 해야 한다. 조선사람끼리 슬기와 지혜를 모은다면 상전벽해 같은 일은 즉각 해결된다”고 말해 서해상에서의 새로운 불가침 경계선 설정 문제를 이번 회담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남측의 입장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와 관련, 한 북측 관계자는 “21세기의 눈으로 봐야하는데 남측이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했고 일부 북측 기자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데 남측은 당장의 철도통행 문제만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단장은 앞서 환담을 시작하면서 이 날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임을 상기하며 “5.18에 대한 이남보도를 보니 굉장히 좋게 평가하고 있어 이남사회도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이라고 말을 꺼냈다.

김 단장은 “역사에는 진리가 있고 진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나중에 높이 평가된다”며 “단테의 ‘신곡’에서도 인간세상에서 똑바로 살지 못하면 지옥이나 연옥에 떨어져 고통받고 죽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 인민 전체를 위해 진리를 따르고 정당한 회담이 되도록 3일째회담을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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