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13일 개성에서 끝난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 오는 25일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시험운행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쟁 때인 1951년 6월 12일 중단된 경의선 철도 운행이 55년 만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시험운행은 그동안 북한이 막아왔다.

구간은 경의선의 경우 문산역~개성역, 동해선은 금강산역~제진역 사이다. 경의선은 남측 열차가 문산역에서, 동해선은 북측 열차가 금강산역에서 출발해 왕복한다. 행사 관계자와 취재진 등 남북 각각 100명씩 승차하기로 했다.

◆ 시험운행까지 7000억 들어
남북은 남북정상회담(2000년6월) 한 달 뒤인 7월 1차 장관급회담에서 경의선 연결에 합의했다. 남측은 2001년 말 남측 구간 공사를 끝냈으나, 북측 공사는 지지부진하자 남측은 2002년 8월부터 북측에 자재·장비까지 주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3년 6월 철도 연결 공사를 마쳤다. 남북한은 2004년과 2005년 계속해서 운행에 합의했으나 북한 군부가 거부했다.

이러는 사이 우리측이 철도 연결에 투입한 돈은 모두 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북한이 공사를 늦추자 우리측은 역사 신축, 신호체계 장비 비용까지 북측 요구대로 줬다. 북측은 이번에는 역사 부근의 살림집(일반 주택)까지 지어달라고 요구했다.


◇남북한의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시험운행 합의로 분단된 철도의 운행이 55년 만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 파주 임진각역~도라산역을 운행하는 열차가 임진각역에 대기 중인 모습이다. /연합

◆ 정식운행 두고 봐야
우리 정부는 이번에는 날짜와 시간, 방법까지 합의한 만큼 16∼18일 열리는 4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군부 동의를 기대하고 있다.

또 6월 예정인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도 경의선 철도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국자들은 시험운행이 되더라도 DJ 열차 방북, 철도 개통식, 철도를 통한 왕래시대 개막은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DJ 열차방북을 위해서는 북한 군부가 또 허가해야 한다.

지속적인 열차운행도 마찬가지다. 단계별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통일부는 보고 있다. 북한은 각 단계마다 물자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 북한 군부는 왜 반대?
여러 차례 합의에도 불구하고 왜 북한 군부는 번번이 철도 시험운행에 반대했을까. 북한 군부는 그동안 “군 기밀 유출 우려 때문”이라고만 할 뿐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이미 철도를 연결했고 도로를 통해 많은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상황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종석 통일부장관도 지난달 평양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이 보안상 이유를 되풀이하자 “인공위성을 통해 손바닥 보듯 하고 있다고 귀측도 주장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위폐, 인권 문제 등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개방을 확대하는 상징성에 북한 군부가 반대하는 것 같고, 허가를 미루면서 남측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과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인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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