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열차 방북 물꼬틀지 관심 집중

이달 16일~18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제4차 남북장성급회담은 서해상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철도.도로 통행에 필요한 군사적 보장합의서를 체결하는 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북측에 대한 ‘많은 양보’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밝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몽골 발언’ 이후 열리는 사실상 첫번째 남북간 중량급 회담이라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 나아가서는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도 적지않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남북이 원칙적인 합의는 했지만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철도·도로 통행을 위한 군사적보장 합의서 체결 문제로, 만일 체결될 경우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등에서 돌파구를 기대할 수 있는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열차 방북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남측은 지난 3월 2~3일 열린 3차 장성급회담에서 서해상 군사적 긴장해소와 철도·도로 통행에 대한 군사보장합의서 체결 문제들을 의제로 제시했기 때문에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와 관련한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이 3차 회담에서 해상경계선 설정문제를 불쑥 꺼내 ’험악한 상황’을 연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 회담의 성패도 사실상 북측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관측이다.

’뜨거운 감자’인 해상경계선 문제가 현 시점에서 돌출되면 양측이 ’입씨름’만 계속하다가 초보적인 긴장완화 조치들에 대한 의견조율 조차 할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도 북측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면 “NLL이 사실상 해상분계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주지시키되 현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지 말고 생산적인 회담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북측을 최대한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문성묵(대령) 국방부 북한정책팀장은 이번 회담 의제는 ▲서해 해상에서의 충돌방지 조치 개선 ▲서해 공동어로구역 설정 ▲철도·도로 통행에 필요한 군사적 보장합의서 체결 문제를 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북은 이미 서해 함정 사이 국제상선공동통신망을 가동해 유사시 상호 무선교신 체계를 갖춰놓고 있다.

하지만 NLL 북쪽 해상에서 활동하던 북측 경비정이 NLL을 월선하거나 소형선박이 항로를 이탈해 남하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북측을 호출하면 즉시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남측은 ’통신 사각지대’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매일 특정시간을 정해 정례적으로 교신을 하고 더 나아가 군당국 끼리 공유할 수 있는 고유 주파수채널(핫라인)을 가동하자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북측이 즉각 응답하지 않은 것은 무선통신 장비 결함이나 부두에 정박할 때 승조원들이 육상으로 내려버려 무선호출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추측할 뿐”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군당국 간 핫라인 개통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문제도 집중 협의될 전망이지만 ’NLL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 진전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NLL을 기점으로 남측 또는 북측 해상에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는 남측의 주장을 수용하면 북측으로서는 사실상 NLL을 인정하는 꼴이어서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추론이다.

북측이 3차 회담 때 이와 관련 “서해상에서 충돌을 방지하려면 이미 합의된 사항을 개선하는 것보다 해상경계선과 관련한 양측의 다른 입장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런 추론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경의, 동해선 철도·도로 통행에 관한 군사적 보장합의서 체결 문제는 양측의 초안이 교환된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체결 시점만을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도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하는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면 왕래하는데 필요한 조치들이 취해져야한다는데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철도개통 일정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다음 달 방북예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열차를 이용해 방북하기로 남북이 합의하면 굳이 장성급회담의 본회담이 아니더라도 수석대표 접촉에서도 합의서에 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측은 2004년 말 철로를 놓는 작업을 마쳤으며 현재 일부 역사와 신호체계에 대한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담 대표인 문성묵 대령은 “우리 측 회담 제의에 북측이 신속히 화답하고 2박3일 일정으로 회담이 열리는 것을 볼 때 긍정적인 신호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생산적인 회담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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