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9일 몽골 동포간담회에서 “언제 어디서든 무슨 내용을 얘기해도 좋으니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서 얘기하자고 수십 번 말했다. (북한에 대해)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

제도적, 물질적 支援지원 이런 것은 조건 없이 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韓한·美미 연합훈련이 북한에서 보기에 불안한가 보다. 어찌 보면 시비일 수도 있고, 실제로 불안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이 있다”고 했다.

조건 없이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에 대한 대폭적 지원과 양보를 시사하는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이 두 가지를 “北核북핵 문제가 가닥이 잡힌다면”이라는 조건에 묶어 놓았었다. 그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말 그대로만 보면 어떻게든 남북정상회담을 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조건 없이’ 만나자고 해서 김 위원장이 임기 종반의 남측 대통령과 ‘조건 없이’ 만날 리가 없다. 대가로 치면 지난번의 4억 달러를 훨씬 초과 지불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은 이런 엄청난 거래를 이번에도 받아들이려 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支持層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 생각이 실제로 그렇다면 유권자들 마음을 완전히 헛짚은 것이다.

북한의 人權인권과 僞造위조달러에 초점을 맞춘 미국 주도의 북한 숨통 조이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국의 ‘묻지마’ 대북 지원이 김정일 정권의 유지를 도와줄 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은 이런 국제사회 흐름과 정반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한·미 연합군사작전에 시비를 거는 북한 심사에 이해의 뜻까지 나타낸 걸 보면 미국과 일부러 엇박자를 놓겠다는 뜻으로 비칠 정도다.

대통령의 이런 處方처방에 어떤 메아리가 돌아오겠는가. 보나마나 미국과 일본은 냉담할 것이다. 중국 역시 起立기립박수를 보내줄 분위기는 아니다. 결국 대통령 新신제안의 결과는 南남도 北북을 좇아 국제 외톨이 신세가 되는 길뿐이다. ‘민족끼리’를 외치면서 국제사회에서 함께 孤立고립되자는 전략이다.

일이 대통령 생각처럼 풀려나가 김정일 위원장을 조건 없이 만난다고 치자. 그러나 그 자리에서 核핵·위조달러·인권문제가 풀릴 전망은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 대통령의 덜컥 제의에 정말 무슨 생각이 담겨 있는지가 궁금한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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