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연합자료사진

코피 아난(68) 유엔 사무총장은 10일 한·중·일 간에 대립하고 있는 역사 교과서 왜곡 논란과 관련, “젊은이들이 역사를 진실하게 대해, 역사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이날 아시아 5개국(한·중·일·베트남·태국) 순방에 앞서 뉴욕 유엔본부 집무실에서 아시아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안보리의 확대 개편 없이 유엔 개혁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 인권 문제를 얘기할 때에는 두 손을 모아 간절한 심정을 표시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한국에서 조선일보와 연합뉴스,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과 교도(共同)통신, 중국의 인민일보와 신화사 등이 참석했다.

―한·중·일 간에 일본의 역사 왜곡문제로 많은 갈등을 겪고 있는데….

“우리는 역사를 진실하게 대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과거사에 주목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역사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안보리 개혁과 차기 사무총장에 대한 전망은?

“안보리를 세상 변화에 맞춰 확대하는 개혁 없이는 유엔 개혁을 생각할 수 없다. 차기 사무총장은 이미 복수의 후보가 나와 있고 앞으로도 또 나올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아무도 누가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관례에 따라) 아시아 출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9일 출범한 초대(初代) 유엔 인권이사회에 일부 인권 침해국가들이 이사국으로 선출됐다는 지적이 많은데….

“일부 이사국에 대해 비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세계는 서로 다른 문화와 정부체제, 발전 수준을 가진 다양한 나라로 구성돼 있고, 유엔은 이런 세계를 반영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인권문제에 아주 적극적인 이사국들이 많이 선출돼 인권이사회가 잘 정착되리라 본다.”

―작년 유엔총회의 북한 인권 개선 촉구 결의문 채택 이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북한 당국은 유엔의 인권보고서에 유의하고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 유엔의 인권보고서는 국민들이 신체나 생명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 맞춰 북한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의 한국인 어부와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생각은?

“납치는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다. 유엔은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한 각국의 주의를 촉구했다. 북한 당국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가족들의 고통을 보다 절실히 느끼고, 납치된 사람들을 석방하기 위해 관련 정부들과 공동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계획은?

“매년 유엔 총회를 앞두고 김 위원장에게도 초대 서한을 보냈지만, 만날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그도 언젠가는 유엔 총회에 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아시아 순방 일정에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앞으로도 북한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이 이란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미국이 이란, 유럽연합 대표들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해결책을 숙의해야 한다.”

아난 총장은 14~16일 한국을 방문, 노무현 대통령 등과 만나 한국과 유엔의 협력 강화 방안,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유엔 개혁문제, 개발 지원문제 등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유엔본부·뉴욕=김기훈특파원 k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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