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의원이 전하는 美정가 분위기
독자적 제재로도 북핵해결 자신감
6자회담 관련 지친표정 역력


◇ 박진 의원

이달 초 미국 워싱턴에선 한·미·일 의원협의회 세미나가 열렸다. 여야 의원 4명은 이 세미나 참석 외에 미 국무부와 국가안보회의(NSC)의 고위 당국자와 탈북자를 지원하는 민간단체 관계자들도 만났다.

이들 중 한 사람인 한나라당 박진<사진> 의원을 통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미국쪽 상황을 들었다. 박 의원은 “한마디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완전히 바뀌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고 했다.

박 의원은 “미 의회 일각에서 탈북자 북송을 막기 위한 초강경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 법안 초안은 중국이 탈북자를 북송할 경우, 미·중 양국간 무역량을 첫해에는 2003년 수준으로, 그 다음에는 2000년, 1997년 수준으로 단계별로 낮추는 방안을 담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사람들을 만날 때 탈북자 김한미양 가족을 만난 얘기를 자주 하고 있고, 미국 내 민간단체들은 워싱턴에 있는 한 국가 대사관을 매입해 북한난민 지원사무소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중국 은행들도 북한과 거래했다가 한때 파산 지경에 이른 마카오 은행 BDA처럼 될까봐 대북 거래를 꺼리고 있다고 한다”며 “이로써 북한의 대외 금융거래는 사실상 마비 상태”라고 했다.

미 재무부는 BDA와 북한의 거래 내역서를 다량 확보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데, 상당수가 고급 상품들의 구입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 미국 당국자는 “권력 유지와 세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 한 전직 주한 미국대사는 “우리는 마침내 북한의 급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미국은 유엔을 통하지 않고 미국 단독 제재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았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길 바라면서도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해 9월19일 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고위당국자는 북한 정권을 “마피아 패밀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다.

미국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제품의 미국 시장 진출 허용을 요청한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미 무역대표부(USTR) 고위 관계자는 “개성공단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고, 의회 관계자는 “개성공단 제품 진출을 허용하면 북한이 한·미 FTA의 뒷문으로 들어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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