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0㎏의 헤로인 밀반입을 도운 혐의로 호주당국에 의해 체포된 북한 선박 `봉수'호 선원들이 시드니공항으로 호송되고 있다./연합자료사진

호주에 헤로인을 밀반입하려다 붙잡힌 북한 화물선 봉수호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싱가포르인 위 키 탄(35)이 8일 호주 법원에서 24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탄은 형기가 끝나는 대로 국외로 추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후 싱가포르에서 자국법에 따라 사형선고를 받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선 일정한 양 이상의 마약을 소지하거나 거래한 마약사범에 대해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고 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이날 빅토리아주 최고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머레이 켈람 판사는 탄이 헤로인 밀수 사건과 관련된 형기가 끝날 때쯤 싱가포르로 추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봉수호를 이용해 지난 2003년 4월 호주에 헤로인 150kg을 밀반입하는데 개입한 혐의를 시인한 탄은 이미 싱가포르와 덴마크에서 마약거래로 수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은 지난 2000년 코펜하겐에서 싱가포르와 덴마크 합동 마약단속반에 붙잡혔으나 그가 소속된 싱가포르 마약조직이 코펜하겐 감옥의 벽을 폭약으로 터뜨려 재판을 받기 전에 그를 도망치게 했다고 아론 슈워츠 변호사는 말했다.

탄은 현재 두 나라로부터 수배를 받고 있으며, 덴마크로 추방될 경우 덴마크는 다시 탄을 싱가포르에 보내고 결국 싱가포르에서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슈워츠 변호사는 설명했다.

호주는 싱가포르 등 사형제도가 있는 나라에 범인들을 추방하고는 있으나 그 동안은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집행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는 경우에만 범인들을 인도해오고 있다.

탄은 싱가포르에서 고아로 자라면서 4명의 아저씨들로부터 보살핌을 받다가 이들로 인해 마약거래에 빠져들게 됐다고 주장했으나 이에 대해 켈람 판사는 믿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켈람 판사는 탄이 8개 국어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만큼 좋은 교육을 받았으나 마약 거래를 하다 다리에 총상을 입은 상처가 있고 도난 여권을 이용해 호주에 입국하는 등 범죄생활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빅토리아주 최고법원은 이에 앞서 봉수호 마약밀수 사건과 관련해 2명에게는 23년 형, 1명에게는 22년 형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헤로인을 실어 날랐던 봉수호의 송만선 선장(65) 등 4명의 북한 선원들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오클랜드=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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