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1인 지배 보스 정치 사라졌다”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은 8일 남북한 국회 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전세계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했다.

김 의장은 이날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제114차 국제의회연맹(IPU) 총회 본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저는 한국 입법부 수장으로서 남북한 관계진전과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남북국회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며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동북아의 항구적 안전보장과 협력 확대를 위해 6자 회담 당사국 의원들로 구성되는 ‘동북아 의원회의’ 창설을 작년 9월 유엔에서 열린 세계 국회의장 회의에서 제안했다”며 이들 제안이 성사되도록 각국 의회가 협조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번 IPU 총회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이어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국에서는 “1인 지배의 보스 정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권력이나 제왕적 당 총재가 당권을 독점하고 공천권을 행사하며 정당을 사유화하던 반(反) 민주주의적 정치행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정권 출범 이후 변화된 한국 정치권의 풍토를 소개했다.

김 의장은 이와 함께 “정보통신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은 참여ㆍ전자 민주주의가 꽃피고 있는 나라”라면서 “한국 국회가 세계 최초로 구축한 디지털 국회는 그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한국어로 한 본회의 기조연설에 앞서 세키 휴즈 가나 국회의장, 자심 모함메드 알-카라피 쿠웨이트 국회의장, 올레 카파로 케냐 국회의장을 차례로 만나 양자 간 의회 협력 증진방안을 논의했다.

오는 1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총회에서는 3개 주요 상임위별로 ▲휴대용 무기와 경화기(SALW) 확산 방지 ▲지구촌 환경 악화 대처 ▲여성 폭력 근절 등 3개 의제를 실현하기 위한 의회의 역할이 집중 논의된 뒤 관련 결의안이 채택될 예정이다.

이밖에 아랍연맹(AL) 의회가 긴급의제로 제안한 종교의 신성 모독 금지 및 가해자들에 대한 각국의 법적 규제 도입, 스위스가 제출한 조류인플루엔자(AI) 퇴치를 위한 국제협력 방안 등에 관한 전세계 의회 차원의 대책도 논의된다.

한편 한국대표단을 구성한 손봉숙(민주), 김재홍(열린우리)ㆍ정의용(“), 이주호(한나라)ㆍ이혜훈(”) 의원은 전체회의와 별개로 진행되는 관리이사회, 여성의원회의, 상임위원회 등에 참가해 의원 외교활동을 벌인다.

특히 지난해 마닐라 총회에서 IPU 3개 상임위 중 하나인 민주주의ㆍ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뽑힌 유재건(열린우리) 의원은 9∼11일 열리는 해당 상임위 회의를 주재한다.

김 의장은 10∼12일 이집트를 방문하기 위해 9일 오후 나이로비를 떠난다./나이로비=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