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달말 극비리에 방북한 탕자쉬앤(唐家璇) 중국 국무위원에게 미국의 대북(對北) 금융제재 해제가 북핵 6자회담 복귀의 조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복수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워싱턴발로 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28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자격으로 방북한 탕자쉬앤 위원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는 것이다.

회담에서 탕자쉬앤 위원은 6자회담 재개가 북한에 이익이 된다며 조기복귀를 촉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미국의 금융제재 대상이 된 마카오 은행의 북한 관련 계좌에 대한 선(先) 동결해제를 요구하며 양보할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교도통신은 중국이 부총리급을 특사로 파견해 김 위원장에 대한 직접 설득을 벌였음에도 실패함에 따라 6자회담의 조기재개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시 정권 내 강경파의 '6자회담 불요론'이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위해 의장국인 중국이 한층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탕자쉬앤 위원의 파견은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오는 8일부터 예정된 미국 방문을 포기한 것도 김 위원장에 대한 설득이 실패로 끝난 것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중국이 6자회담 각국 수석대표에 의한 비공식모임의 개최를 타진하는 등 6자회담 조기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에 비춰 이번 탕자쉬앤 위원의 파견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어떠한 형태의 타개책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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