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네 가족은 아직 한국 사회에 적응이 잘 안 되는 구석이 있는 것 같고, 한국 사회에 할 말도 많은 듯했다. 남편 김광철씨가 말문을 열었다.

“인천공항에 들어올 때 눈물이 났어요. ‘이제 북한 실상을 다 알릴 수 있겠구나, 대한민국에 다 고발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요. 그런데 ‘북에서 300만명이 굶어 죽었다’고 외쳐도 누구 하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요.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주민들 돕는다면서, 제 민족 300만이 죽었다고 해도 꿈쩍도 안 해요. 한국 사람 알고 볼수록 어처구니없고 기막혀요.”

김씨는 “남한에서는 북한이라면 김정일과 2000만 주민을 똑같이 생각하는데, 2000만 주민은 피해자란 점을 알아야 한다”며 “김정일 돕자고 하는데, 김정일과 협상해서는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한다. 그저 이용될 뿐이다. 햇볕정책은 정신 없는 짓이다”라고 비판했다.

아내 이귀옥씨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한국에는 모든 게 너무 풍부해요. 한국 사람들 참 행복하구나 느끼지요. 그런데 자유가 너무 많아 자유에 취해 눈과 귀가 먼 것 같아요.”
/지해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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