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들이 2005년 7월 21일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국영 고아원에서 놀고 있다. 북한의 식량위기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은 탈북자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럴드 버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대변인이 26일 밝혔다./연합자료사진

북한이 지난해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 구호기관에 대해 연말까지 식량지원 활동 중단을 요청하는 등 식량정책을 전환하면서 90년대 중반에 이어 또다시 기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4일 북한의 국제구호기관에 대한 식량지원 중단 요구로 지원량이 급감한데다 한동안 부분 허용됐던 식량매매 정책이 불허로 바뀌면서 올 춘궁기(3∼6월)의 식량부족 현상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농민시장에서의 식량매매 금지 조치에 이어 식량을 얻기 위해 일터를 떠났던 노동자들에게 작업장 복귀를 명령하는 등 정책 변경을 “아주 위험한 조치”로 지적했다.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후 사회보장 성격의 공공배급 대신 개인들에게 시장에서 일정한 분량의 식량을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북한은 국제구호기관들의 분배현장 방문과 감시활동으로 구호단체 관계자들과 주민들간의 접촉이나 군사시설 주변 등 민감한 지역 방문이 늘어나면서 인민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질 것을 우려, 국제구호기관의 지원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기아 상황에서 완전 회복되지 못한 북한에서 배급체제가 부활해 어린이, 임산.수유부, 노약자 등 취약계층도 식량구입을 못해 기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주민들이 춘궁기를 맞아 식량난 공포에 떠는 것도 근거가 있다고 논평했다.

신문은 또 지난 10년간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 온 WFP를 비롯한 국제구호기관의 대북 식량지원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거나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 한국과 중국 등 대북 구호 국가들이 공백을 제대로 메워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의 대북 구호지원은 WFP 등 국제구호기관들처럼 북한에 대해 강력한 분배현장 감시를 요구하지 않는 관계로 지원 물량이 군부 등 엘리트 계층이 아닌 어린이, 노약자, 임산.수유부 등에 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WFP를 비롯한 국제구호기관들이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식량구호활동을 펴왔으나 여전히 상당수의 어린이들은 여전히 영양실조 상태에 빠져있다. WFP가 최근 실시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6세까지의 어린이 중 3분의 1이 발육중단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정책변경이 기아상황을 심화시킨 90년대 상황과 유사하다고 우려하면서 위기에 처한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식량구매 허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에 상당한 규모의 식량을 지원하면서 대북 영향력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한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해 ▲주민들의 식량구매 허용 ▲엘리트층과 취약계층에 대해 공정하고 적절하게 식량배급 ▲식량 구매나 기타 방법에 의한 주민의 식량 취득 허용 등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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