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국적 탈북자 망명 처음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탈북자에게 미국 망명이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사 정권 시절에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한국인의 망명이 허용된 적이 있었을 뿐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영국, 일본 등 민주주의 국가 국민이 미국에 정치적 망명을 한 사례는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한국이 탈북자들에게 정치적으로 위험한 곳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당국자가 30일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한 채 “구체적으로 언급할 만한 정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법원이 판결문에서 “추방당할 경우 만약 북송되면 극심한 인권 탄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고려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탈북자 美 망명 이어지나
미 행정부는 그동안 한국에 정착해 한국 국적을 얻은 탈북자의 경우 미국에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해왔다.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한국 내 탈북자들이 미국으로 몰려갈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씨 망명 허용 판결로 이런 기본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냐는 의문이 나온다. 현재 한국 정부의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마영애(40)씨 등 10여건의 유사 사건이 있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원칙을 바꾼 것이 아니라고 한다. 미 행정부는 망명 신청자를 개별 사안별로 심사해 판단한다고 한다. 마씨 망명 등 비슷한 문제가 모두 망명 허용으로 결론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국회 정보위에서 김승규 국정원장은 마씨의 망명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란 쪽에 비중을 두어 답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곧 일부 탈북자를 미국으로 맞이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제이 레프코위츠 미 대북인권특사의 발언을 이번 판결과 연결시켜 탈북자의 미국 망명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 워싱턴=최우석특파원 wschoi@chosun.com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