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북한에서 바로 미국 국민이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인지를 의심케 하는 한국의 탈북자 차별 정책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합니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이민 법원으로부터 망명 승인을 받은 탈북자 서재석(40)씨는 29일(이하 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망명이 승인됐다는 기쁨 보다는 그동안 너무도 홀대받았던 한국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동안 눈물을 글썽였다.

함흥 출신인 서씨는 북한군 장교로 근무하던 1996년 폭발 사고로 온 몸에 중화상을 전역한뒤 아들 긍진이와 함께 탈북을 시도, 중국-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태국을 거쳐 1998년 8월 한국 땅을 밟은 ‘탈북자’.

새 삶을 시작하려는 부푼 꿈에 부풀어있던 자신에게 한국은 결코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고 서씨는 기억한다.

국군포로를 아버지로 둔 여성과 만나 결혼해 딸까지 얻은 서씨는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 녀석이 교사로부터 폭행당했으며 이를 확인하려는 내게 교사는 ‘탈북해 공짜로 얻어 먹는 주제에..’ 운운하는 순간 더이상 이 나라에서 살기 힘들겠다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서씨가 단수여권을 발급받아 2003년 미국으로 출국한지 불과 일주일만에 자신의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모든 지원금이 끊기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 미국땅에서 죽어야 한다고 결심하고 망명을 신청했다는 것.

서씨는 “집도 주고 정착금을 지원해줘 정말 고마웠지만 재정적인 것 보다 중요한게 자유인데, 늘 감시하는 탓에 사생활을 보장받기 어려웠다”면서 “한국에는 한국 국민과 해외동포, 그리고 복수여권에서도 제외돼 단수여권만 받을 수 있는 탈북자 등 세 부류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군포로인 장인도 조국이 이런줄 알았으면 차라리 북한에서 뼈를 묻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 정부는 국군포로 처리에 미온적인데다 중국에 붙잡혀 있는 수많은 탈북자 문제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는 그는 “이민 법원에서도 탈북자들을 차별하며 인권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주민등록마저 말소되는 이런 정황들을 감안, 미국에서 추방되면 안된다고 판단했기에 망명을 승인했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북한에서 미국으로 이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4년째 생활하며 많은 것을 배운다는 서씨는 “판사도 아픈 기억을 되풀이하게 해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과거의 모든 기억들을 잊고 싶다”며 “보란듯이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서씨의 집에는 서씨의 망명 승인을 축하하려는 친구들이 몰려들었으며 서씨는 사진 촬영을 끝내 사양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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