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정부는 40억달러 계좌설을 조사, 결과를 공개해 달라는 북한의 입장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북한 관리들이 25일 밝혔다.

스위스를 방문중인 북한 외무성 대표단(단장 김춘국 외무성 유럽담당국장)은 이날 수도 베른의 연방 외무부 청사에서 가진 정례 고위급 정치 대화를 통해 비밀계좌설에 대한 공식 조사를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4차 정치대화에 참석한 북한 외무성 대표단은 "최고 수뇌부의 자금 40억달러가 스위스 은행에 비밀리에 예치돼 있다는 풍문을 심중하게 논의했으며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조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정치 대화를 마친 직후 베른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연합뉴스 및 스위스 기자들과 만나 스위스측에 단순한 금융상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이미지를 해치는 "터무니없고 비열한 정치적 책동"임을 엄중히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스위스 일간지 르 탕이 전날 스위스 정부당국의 어정쩡한 태도를 비판한 점도 언급하면서 스위스 정부가 이 문제를 적절히 해명하는 것이 북한뿐만 아니라 스위스측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도 아울러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에 따르면 스위스측은 이에 대해 적절한 증거가 없는 한 조사에 착수할 입장이 아니라는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했다.

스위스측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우려를 이해하고 조사에 착수해 달라는 북한측의 요구가 정당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스위스측이 오해를 받는다면 불쾌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북한 관리들은 전했다.

북한 대표단은 스위스측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공동 노력을 벌일 용의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지난 2003년 스위스 외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1년에 최소 1차례 이상 고위급 정치대화를 갖기로 합의했으며 4번째인 이번 대화에는 북한측에서는 김춘국 국장이, 스위스측에서는 피에르 콩베르뉘 외무부 정치2국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김 국장은 스위스측이 조사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사법 공조를 요청할 생각이 있느냐는 스위스 기자의 질문에 이는 본질적으로 사법적 문제가 아니며 미국의 이미지 훼손 음모가 직접 관련된 정치적 사안이라며 그 가능성을 부인했다.

김 국장은 최근 미국무부가 제재를 가한 스위스-북한 합작기업 '코하스' 문제도 거론됐느냐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이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취한 조치로 논의의 대상이 못된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는 유엔이 결정한 적법한 제재만 따르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의 일장적 조치에는 동조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치대화에서는 정치와 경제, 문화 분야의 양국간 협력 증대 방안도 논의됐으며 북한측은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될 분위기를 조성해줄 것을 희망했다고 북한 관리들은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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