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첫 선을 보인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의 옷차림이 눈길을 끌었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 장관이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고 북측에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취지에서 여러 가지 색상과 무늬가 있는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준비했다는 것.

이 장관은 회담 첫 날인 21일 서울을 출발할 때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남색 바탕에 태극문양이 수 놓인 넥타이를 맸다.

남북이 지금은 갈라져 있지만 언젠가는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태극문양이 그려진 넥타이에 담았다고 회담 관계자는 전했다.

이어 평양에 도착한 다음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열린 북측의 환영만찬에서는 담홍색 넥타이로 바꿔 맸다.

회담 관계자는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편안하게 대하는 동시에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색상이 담홍색"이라며 "실사구시 정신으로 회담에 임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회담 둘째 날인 22일 전체회의에서는 하늘색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와이셔츠 칼라에는 한반도 지도가, 넥타이에는 비둘기와 새싹 무늬가 각각 그려져 있었다.

회담 관계자는 "이 장관의 기조연설에 북측이 부응하도록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와 상생의 의미인 새싹 디자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협력을 제도화하고 남북 상생의 경제협력 구조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이날 기조연설의 의미를 북측에 시각적으로 강렬히 전달하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회담 관계자는 "옷차림과 색상, 디자인도 회담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 메시지에 맞춰 1주일 전부터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회담 대표들의 옷차림이 화제에 오른 것은 비단 남북회담 뿐만이 아니다.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여사가 외교무대에서 상의 왼쪽에 달고 나오는 다양한 브로치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녀는 남북정상회담 후 한국을 방문하면서 햇빛을 상징하는 '선버스트'(sunburst) 브로치를 달았다.

1994년 이라크 언론이 그녀를 독사라고 비난한 직후 이라크 외교관을 만나면서 '뱀' 브로치를, 러시아 방문 때는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독수리' 브로치를 다는 등 '브로치외교'로 유명세를 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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