胡, 6자회담 당사국들에 유연성 촉구
부시, 김춘희 북송문제 제기..胡, 6자회담 지연에 “좌절감” 표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측이 대북 영향력을 더 발휘할것을 촉구했으며, 후 주석은 6자회담의 교착상태 해소를 위해 당사국들이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후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또 강제북송된 탈북여성 김춘희(가명)씨 문제를 제기하고, 중국이 유엔난민협약 당사국으로서 의무를 다할 것과 특히 탈북자 처리과정에 “투명성”을 높일 것을 요청했다고 데니스 와일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보좌관 대리가 전했다.

후 주석은 북핵 6자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좌절감(frustrations)”을 표시하고, “중국이 미국과 함께 회담을 진전시키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자신이 이 문제에 관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6자회담 재개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와일더 보좌관은 설명했다.

재개 방안과 관련, 후 주석은 특별히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한 것은 없으나 미국이 위폐문제와 관련해 취한 “방어적 조치들(방코 델타 아시아에 대한 제재)”로 인해 “북한이 좀 당황하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북한 입장에선 이것이 (회담 재개에) 장애물이라고 한다는 말을 했다”고 와일더 보좌관은 전했다.

후 주석은 그러나 “미국이 이들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는 뜻은 어떤 방식과 형태로도 말하지 않았다”고 와일더 보좌관은 강조했다.

와일더 보좌관은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중국 남부 순방에 대해 “그 방문 목적의 일부는 중국측이 사회를 개방하고 변화시키는 것의 이점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해 후 주석이 김 위원장의 방중에 관해 설명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과 후 주석은 오찬 때 백악관의 통상적인 의전과 달리 같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북한 문제에 관해 “계속 논의했다”고 와일더 보좌관이 전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주목된다.

와일더 보좌관은 자신은 이 테이블에 있지 않아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모른다고 말했다.

김춘희씨 문제와 관련, 와일더 보좌관은 “김씨는 이미 가족이 한국에 있는 터여서 한국 재정착이 쉬운 일이었는데, 중국 당국의 북송 결정이 우리를 당혹케 했으며, 불투명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려 핵을 포기하고 중국처럼 사회를 개방하는 쪽으로 나서면 미국이 체제붕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목표에 대해선 일치하면서도 그 달성 방법, 특히 북한을 다루는 방식에선 쉽게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중 정상이 오찬대화에서 접점을 찾았을 것이라고 성급하게 단정할 수도 없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부시 대통령이 환영사에서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부시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좌절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린 전 보좌관은 “공개연설에서 타국에 대한 기대치를 밝히는 것은 통상적인 게 아니다”며 “이는 미국이 북한의 협상 테이블 복귀를 위한 중국의 노력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상당한 영향력’ 행사 촉구에 “나는 매우 열심히 하고 있다”거나 “외교적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해 미국과 협력해왔다고 말하는 등 역시 중국의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북핵문제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오찬 대화 내용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두 정상이 북핵 진전방안에 관해 긍정적인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재규(朴在圭) 전 통일부장관은 전화통화에서 후 주석 방미의 북핵관련 의미에 대해 졸릭 부장관과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과 대화 내용을 부시 대통령에게 전하고 이어 “자신이 파악한 부시 대통령의 뜻과 워싱턴 분위기를 북한에 전달하고나면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도 그러나 복귀 예상을 단정하는 게 아니라 “오래 끌면 북한에 도움이 안된다”며 “미국이 6자회담에서 위폐 제재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지 않았느냐”고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는 입장이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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