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최근 도쿄(東京)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 미북 간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미국의) 강한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 때문이었다고 13일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방문, 유명환(柳明桓) 외교통상부 제1차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NEACD 회동에서 미북간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일부 언론 등에서 미국이 6자회담에 대한 의지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 차관의 이같은 언급은 정부가 언론보도를 소재로 미측의 6자회담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힐 차관보는 6자회담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결코 감소되지 않았다고 몇차례 얘기하면서 이번 경우에는 미측으로서 6자회담이 조속하게 재개돼야 하고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강한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서 유 차관과 힐 차관보는 도쿄 NEACD 회의와 이를 계기로 한 6자간 양자접촉 결과에 대한 평가를 교환하고 6자회담을 조속하게 개최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계속 노력을 기울이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양측은 또 중국과 보다 긴밀하게 협력, 북한을 설득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유 차관은 이어 최근 미국 내 일각에서 ‘노예노동’ 등 개성공단에 대한 일부 우려가 제기된 것과 관련,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에서 중요 사업으로 계속 발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힐 차관보도 이에 대해 이해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힐 차관보는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 문제와 관련해
순조롭게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이 수혜국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양측은 또 지난 1월에 열린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의 후속 회담으로 오는 5월 하순 차관급 대화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힐 차관보는 이어 이날 오후 2시부터 30분간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을 면담하고 지난 3월 북미 간 뉴욕접촉과 NEACD 회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미국측의 대화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현 시점에서 대화는 선(善)”이라며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양측은 북한의 6자회담 조기 복귀를 포함한 회담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힐 차관보는 이 장관과의 면담 직후 “6자회담이 늦어져도 나쁘지 않다”는 이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에 대한 반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북한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힐 차관보는 정동영(鄭東泳)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를 예방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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