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2일 오후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를 열고 한명숙(韓明淑)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방안을 확정했다.

청문회 일정과 자료제출, 증인채택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이날 회의는 별다른 이의없이 20여분만에 초고속으로 끝났다.

그러나 여야가 채택한 증인명단은 청문회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치열한 논쟁거리로 대두될 것임을 예고했다.

한나라당이 한 지명자의 대북관과 국가관, 사상관을 검증하는 한편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한 지명자의 입장을 확인하겠면서 탈북자나 납북자를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기때문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전체회의에 앞서 간사간 접촉을 갖고 양당이 각각 5명씩 모두 10명의 증인을 채택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이 요청한 증인은 요덕 정치범수용소의 실태를 고발할 탈북자 김영순씨,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총지휘한 탈북자 출신 정성산 감독, 납북자 김영남씨의 모친인 최계월씨, 납북자모임 대표인 최성용씨.

인사청문회를 통해 한 지명자의 사상검증을 시도하는 동시에 북한의 인권실상을 고발하고 정부의 소극적 대응태도를 문제삼는 등 북한 인권문제도 제기하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군복무중인 한 지명자의 아들 박한길씨가 장성의 당번병 보직을 받는 과정에서 한 지명자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검증하기 위해 부대 지휘관 한모 소령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 한 지명자가 연루됐던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과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가 처벌받은 통혁당 사건의 수사 및 재판기록, 한 지명자 부부의 강연이나 기고문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증인신청이 인사청문회를 인품,자질,능력 검증이 아닌 정치공세의 장으로 이용하려는 정략적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방어적 증인채택 전략을 구사했다.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한나라당 증인신청을 보면 탈북자 청문회인지, 한명숙 청문회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게 아닌가 싶다”며 “현 정부의 북한 인권정책을 비판하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북한인권 문제제기에 맞서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김동균 변호사를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 한 지명자의 여성운동 경력과 관련해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와 한 지명자의 환경장관 시절 함께 근무한 이규용 환경차관도 증인으로 불러내기로 했다.

우리당은 당초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과 통혁당 사건에 연루됐거나 변호인으로 각각 참여했던 강원용 목사, 한승헌.이세중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해외출장이나 건강사정 등을 고려, 채택하지 않았다.

한편 우리당과 한 지명자는 환경부 장관시절 활동 및 여성운동 경력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