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 2002년 고구려를 중국 고대 소수민족의 역사라고 규정하면서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하는 민족사 연구 프로젝트인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시작했다.

북한-중국간 역사적 국경을 허무는 동북공정에 이어,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동북지역 경제발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진흥(東北振興)’계획은 북한과 경제적 국경마저 허물고 있다.

동북진흥계획을 통한 북한-중국간 경제협력의 확대로 북한경제가 중국에 예속될 수 있다는 지나친 우려도 있지만, 최근 미국의 對북한 금융제재로 난관에 빠진 북한이 동북진흥계획에 참여함으로써 오히려 경제 숨통을 틀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해볼 수 있다.

중국이 지난 1978년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기 이전, 동북지역은 중공업 중심의 공업화로 중국경제를 이끌던 핵심지역이었다. 그러나 개혁.개방 정책 이전 광둥(廣東)성의 두 배에 달하던 랴오닝성(遼寧)의 경제규모는 현재 광둥성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중국 동남부 지역이 개혁.개방정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해안을 끼고 있는 연안지역의 특성을 살려 외국자본을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동북지역은 러시아와 북한 경제가 더디게 성장하면서 이들 국가들과 무역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만(灣)의 모양을 하고 있는 황해의 특성상 외국자본이 들어오기도 쉽지 않았다.

중국의 동북지역이 황해가 아닌 태평양으로 바로 연결되는 통로를 마련할 수 있다면 국토의 균형발전 일환으로 중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진흥계획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중국이 동북개발을 위해 북한과 협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북한을 통해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작년 6월 ’동북 노후공업기지 대외개방 확대촉진 실시의견’을 제시하면서 동북지역 항구 건설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고, 현재 두만강 하구에 위치한 취안허(圈河)통상구에 부두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 경제협력을 통해 취안허 부두와 북한 영토인 두만강을 거쳐 태평양으로 연결하는 통로를 단숨에 마련할 수 있다.

중국에게 태평양 통로를 내준 북한이 그 대가로 얻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로 외국과 무역 및 경제협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은 중국에 동쪽 태평양 통로를 내 준 대신 전통적인 우호국인 중국과 러시아로 뻗어갈 수 있는 서쪽행로를 크게 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동북진흥계획에 적극 편승, 중국의 동북지역의 경제발전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러시아를 관통, 유럽 진출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동북지역은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비교적 쉽게 언어장벽을 넘을 수 있을 뿐아니라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북한 개방정책의 첫번째 발걸음이 머물 지역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이 동북진흥계획에 편승하면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혜택은 북한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동남부 연해지역이 외국자본을 활용한 경공업 발전에 치중했던 것과는 달리, 동북지역에는 중공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중국은 그동안 경공업 중심의 경제발전으로 나타난 에너지와 전력 및 철강 부족현상 등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설비를 동북지역에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의 수출품 구조가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변모하고 있고, 중국 내수시장도 생필품 소비 수준을 넘어 자동차, 고급 석유화학 제품 등으로 전환하고 있어 중공업 중심의 동북지역 개발은 성장의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동북지역 에너지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북한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북지역을 거쳐 러시아와 경제협력 강화를 통해 천연가스 등 러시아의 풍부한 에너지원을 끌어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의 동북진흥계획 참여는 북한과 중국이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윈-윈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제정세도 북한이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세다.

미국은 북한 정부가 위조 달러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며 對북한 경제봉쇄를 강화하면서 불편한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일본도 납치문제를 둘러싸고 북한과 대립의 날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개성공단 사업도 가시적인 진전을 못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동북진흥계획은 북한이 경제난 해결을 위해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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