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김정일(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겸 노동당 총비서)의 비밀 방중설에 대해, 과거 김일성(김일성) 시절과 마찬가지로 확인도 부인도 않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중·북간의 전통적 ‘격의없는 비공식’관계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그동안 김의 비밀 방중설에 대해 애매한 말투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던 중국 당국은 김 위원장이 국경선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31일 밤 10시(한국시간 밤 11시)가 지나서야 우리 정부 측에 긍정적인 내용을 통보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밤 늦게야 “중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정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대사관이 확인한 데 따르면 김은 지난 29일 특별 열차편으로 베이징(북경)에 도착, 두차례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31일 오전 7~8시쯤 같은 열차편으로 베이징을 출발, 이날 밤 10시 전후 신의주 국경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다른 대사관 관계자는 “북한 대표단이 방문한 것은 분명한 것 같으나, 김정일이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국내외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사실확인을 거부하는 자세를 보였다. 지난 30일의 장치웨(장계월)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이나 31일 순위시(손옥새) 대변인의 말 등도 해석에 따라서는 여러가지 의미가 될 수 있는 애매모호한 말로 일관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도 “그동안 김의 방중설을 중국 당·정(당·정)에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중국 측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처럼 대외보안에 신경을 쓴 것은 북한의 특별한 요청 때문으로 보이며, 특히 한번도 외국에 나간 적이 없는 김정일 위원장의 ‘체면’을 최대한 살려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경=지해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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