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선 극심한 에너지난으로 인해 소달구지가 운송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은 주택가를 지나는 소달구지 모습.

평양을 제외한 북한 전역의 시-군에는 우마차(牛馬車)사업소가 있다. 소와 달구지를 갖고 만든 기업소다. 말은 가끔 눈에 띄고 대부분은 소다. 우마차사업소는 공업지대에서 자동차로 운반할 수 없는 소규모 물동량을 처리하고, 에너지 난을 극복하기 위해 1980년대 초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김일성은 “6.25전쟁 시기 싸우는 고지에 실제 포탄을 실어 나르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우마차였다”면서 산이 많은 북한에서 유사시를 대비해서라도 우마차 사업소를 확대시켜야 한다고 지시했다. 북한 어느 곳에 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소와 달구지다

대개 대도시에는 구역(한국의 구ㆍ區)마다 군에는 군 소재지에 한 개씩의 우마차사업소가 존재한다. 사업소에는 보통 지배인과 당 세포비서, 부기원에다 운수반과 사료반이 있다. 규모가 큰 곳은 두 개의 운수반이 있는 곳도 있다. 운수반은 소달구지를 모는 나이든 ‘아바이’들이, 사료반은 젊은이들과 중년의 여성들이 많이 배치돼 있다.
한 개 사업소에는 보통 15~30마리의 소가 있다.

소 한 마리마다 관리자가 있고, 소 먹이를 끓이고 청소하는 관리인이 2~3명 정도다. 북한에서 소는 국가재산이며 함부로 죽일 경우 살인 행위와 같이 취급된다. 실수로 죽일 경우도 엄중 문책이 따르기 때문에 관리 책임도 분명하게 돼 있다.

최근 연료난이 심각해지면서 우마차사업소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로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이나 산 비탈길은 소달구지가 제격이다. 기업소들에서는 1주일 전에 우마차사업소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소달구지 쓰기가 힘들다.

아예 기업소 자체적으로 소와 달구지를 장만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소달구지 사용료는 운반량과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를 사용할 경우 정규요금은 25~50원(노동자 평균 월급 100원 정도)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별 인기가 없지만 나이 지긋한 사람들에게는 우마차사업소 만큼 좋은 직장도 드물다. 일도 비교적 편하고 월급도 높다. 사료반에서 생산되는 옥수수 등 알곡이 많아 먹을 걱정도 적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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