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에 SOC 투자를 늘리는 등 단순한 무역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중국이 북한을 직접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작년 10월 30일 북한 방문 후 출국하는 후진타오(왼쪽 별도사진) 중국 국가주석을 배웅하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 /조선일보DB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생각 이상의 효과를 거두면서 북한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자, 중국의 동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북한 김정일 정권의 몰락을 자국의 위기로까지 상정하고 있는 중국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북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 경제력이 급속히 북한 내로 확산되는 현상이다.

◆ 툭하면 50년 계약 =중국의 대규모 북한 투자는 2년 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2004년 중국은 평양에 2억6000만위안(340억원)을 들여 만든 대안친선유리공장을 세웠다. 1년 후에는 지린성의 3개 철강회사가 5000만달러를 투자해 무산광산에 대한 50년 독점 개발권을 따냈다.

양강도 혜산의 구리광산, 회령의 금광, 만포의 아연광산에서도 비슷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평양에서 가장 큰 제1백화점 등 대형 백화점 3곳의 운영권과 호텔 2곳의 운영권도 확보했다. 이 밖에 조선청년동광채굴권과 룡등탄광 채굴권을 확보했고, 이달 초 중국 전인대(全人代)에서는 사상 처음 양국 간 ‘경제특구’ 설치 건의서가 제출됐다.

북한 로두철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24일 중국으로 날아가 유전공동사업을 체결했다. 홍콩의 아주주간 최신호는 “평안남도 안주 인근 황해 앞바다에서 석유 공동 탐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 공동함대? =지난해 9월 중국은 1억달러를 지급하고 함경북도 라진항의 3·4부두를 50년간 독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국 정부는 상품 수출입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라진항은 북한 북부의 대표적인 군항(軍港)이다.

여기에다 최근 중국 군사전문가 예젠(葉劍)은 “유전지역 보호를 위해 공동함대를 창설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10~20년 후 중국이 북한 동해나 서해에 상징적 의미의 해군 기지를 갖게 될 경우 우리가 지게 될 부담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 대북 직접 관리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의 행보를 분석 중이다. 의견은 엇갈리지만 “최근 중국의 대북 투자는 국가 전략과 관련된 것 같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포스트 김정일까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일 체제가 붕괴될 경우 ‘한·미 동맹’을 지렛대로 미국의 대북 영향력이 증대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더 나아가 친중(親中) 정권을 세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남 교수는 “중국이 북한을 동북 3성의 자원 보급소로 이용하면서 동북 제4성으로 흡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 김정일 지키기 =반면 안드레이 란코프 호주국립대 교수는 “중국이 북한을 구조(救助) 중일 뿐”이라고 했다. 미국의 금융 제재로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란코프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데 드는 20억~40억달러는 큰 돈이 아니다”라고 했다.

◆ 장사일 뿐 =주로 중국 쪽 학자들의 견해다. 박건일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북한은 10년 전 중국”이라며 “중국 상인들은 북한 같은 곳에서 어떻게 하면 돈을 버는지 알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에 대해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며 “그렇게 해석하려고 한다면 한·중 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 홍콩=송의달특파원 edsong@chosun.com
/ 안용균기자 ag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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