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남북이산가족상봉행사에 참석했다 북측의 저지로 예정보다 10시간 늦게 귀환한 남측 이산가족들이 23일 새벽 강원도 속초시 한화콘도에 도착해 숙박등록을 준비하고 있다./연합

제13차 이산가족 남측 상봉단이 22일 예정보다 10시간 늦게나마 귀환길에 올라 남북간 '납북' 표현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상봉단의 출발이 '납북' 표현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채 고령자가 대부분인 이산가족의 귀가를 위한 '마지못한' 조치로 해석돼 논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남측 상봉단은 이날 오후 11시10분께 숙소인 해금강호텔의 주차장에서 귀환버스에 탑승해 남측으로 출발했다.

상봉단은 당초 이날 오전 작별상봉을 마치고 오후 1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보도상에 '납북' 표현을 한 SBS 한 모 기자가 함께 내려가지 않으면 버스를 출발시키지 않겠다고 고집했다.

공동취재단 일원으로 금강산에 들어간 한 기자는 25일까지 현장에 남아 이산가족 2진 행사까지 취재할 예정이었다.

남측 상봉단은 버스에서 내려 해금강호텔로 이동해 여장을 다시 풀고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남측 당국은 고령자가 많은 만큼 상봉단만이라도 먼저 남측으로 내려 보내고 기자단과 지원단 문제는 따로 논의하자고 제의했으나 북측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북측은 해당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30분 안에 안 나가면 공화국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초강경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고, 남측은 하룻밤을 더 지내더라도 원칙적인 부분에서 물러설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섰다.

협상이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양측 간에 힘겨루기가 계속되던 중 북한측 연락관이 오후 8시께 남측 상봉단을 찾아와 "금일 출국예정인 인원들은 전원 다 내보내겠다"고 통보,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출국 예정인원에 SBS 기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남측 상봉단과 함께 철수하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다시 말해 SBS 기자가 내려간다면 남측 상봉단을 오늘 중으로 귀환시키겠다는 다소 누그러뜨린 입장을 내비친 것이었다.

이 무렵 서울에서는 통일부와 SBS측이 긴급 협의에 나섰고, 그 결과 SBS측이 "북측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고 자체 판단에 따라 철수한다. 현실적으로 북측에서 취재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다"며 자사 기자의 철수를 결정함으로써 10시간에 걸친 신경전은 마무리 됐다.

이에 앞서 북측 진행요원들은 20일 오후 SBS와 MBC 기자가 신성호 선원 천문석씨 부부 상봉을 보도하면서 '납북자','나포' 등의 표현을 썼다며 현지 송출을 차단하고 취재활동을 제한했다.

이들은 남측 방송사의 SNG 차량에 무단으로 진입해 비디오테이프를 압수하는가 하면 보도내용을 사전에 검열을 받으라고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

이로 인해 21일 오전 개별상봉이 7시간 이상 지연되고 22일 상봉단의 귀환이 10시간 늦어지는 사태가 발생, 13번째를 맞은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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