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정권수립 57돌 중앙보고대회(9.9) 주석단에 등단한 북한 간부들./연합자료사진

북한 사회에 세대교체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고위간부 자녀가 대를 이어 주요 직책에 속속 등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현재 인민보안성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의 백영일 제1비서를 꼽을 수 있다.

40대 초반인 그는 항일빨치산 1세로 인민보안상을 지낸 백학림 인민군 차수의 외동아들로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인민보안성에 들어갔으며 작년부터 이 기관 청년단체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백 제1비서는 작년 8월 광복절을 맞아 백두산에서 열린 ’인민보안성 청년전위들의 맹세모임’에 이어 지난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4회 생일 기념 ’인민보안성 청년군무자들의 맹세모임 및 경축무도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당국이 평소에도 ’대를 잇는 인사’를 많이 하는데다 청년동맹 출신들이 대부분 당 간부로 등용되는 점을 고려할 때 백 제1비서 역시 요직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장을 지낸 백인준(1999년 사망)씨의 장남 현우씨는 최근 북한 최대의 시나리오 창작기관인 조선영화문학창작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전임 리춘구 사장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백 사장은 북한 월간지 ’조선문학’ 1월호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바라는 대로 ’선군시대 문학예술의 전성기’에 걸맞은 작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를 졸업한 뒤 주로 소설을 써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있지만 아버지의 경력이 감안돼 사장에 임명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의 대표작으로는 2000년 9월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 박완규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 ’삶의 보람’(2005년)이 있다.

또 남북장관급 회담 북측 대표 전종수씨(40대 초반)는 북.일 수교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이었던 전인철(1992년 사망) 전 외교부(현 외무성) 부부장의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외 분야에서 ’회담 일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년동맹 중앙위원회 조직비서인 30대 후반의 장용철씨 역시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의 형인 장성우 인민군 차수의 장남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외교부장을 지낸 허담(1991년 사망) 전 노동당 비서의 장남 허철씨는 40대 중반으로 아버지가 한 때 일했던 외무성의 당 조직비서로 근무 중이고, 리진수(1987년 사망) 전 국가안전보위부장의 장남인 40대 중반의 리세영씨도 아버지의 대를 이어 보위부 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해 입국한 한 고위층 탈북자는 “외화가 제일이라는 풍조가 북한 사회에 지배하면서 고위간부 자녀가 외교.무역 분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아버지가 관여했던 분야의 요직에 등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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