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J 그린/미 조지타운大 교수

만약 지구에 방금 도착한 외계인들이 언론 보도를 처음 읽는다면, 한국과 미국이 동맹인지 적(敵)인지 헷갈릴 것이다.

양국 언론들은 조그만 발표가 나올 때마다 ‘위기’라거나 ‘전략적 이견에 대한 또 다른 증거’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나는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아시아 정책, 특히 한미 관계 분야에서 근 5년을 일했다.

나는 그동안 한미관계에 대해 낙관적인 경험들을 했으며, 오히려 양국 언론들이 양국관계를 얼마나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가에 우려를 갖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잘못 퍼져 있는 양국 관계에 대한 허상(虛像·myth)들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허상1:“미국은 언제라도 북한을 공격할 기세다.”이 오해는 나와 백악관의 동료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했던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서울에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밝힌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졌어야 했다.

물론 미국은 외교관계에 있어서 언제나 모든 선택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대북 군사적 공격이 한번이라도 적극 고려됐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들은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을 공격하려 했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이번 외교가 실패하면 즉각 군사 행동으로 갈 것이라고 단정한다. 클린턴이 실제로 그랬든 않든, 지금은 1994년이 아니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은 지하에 숨어 있어 공격이 어렵다.

게다가 지금 북한은 보복 위협을 줄 수 있는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를 그때보다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북한이 미국의 공격 위협을 구실로 삼아 (6자회담에 참여한) 주변 강대국들을 분열시키고 대미(對美) 압력을 가중시키려 하는 만큼 이것이 오히려 북한을 외교적으로 도와주는 셈이 된다는 것을 알아챘다.

#허상2:“미 행정부 내 ‘강경파’들이 제4차 6자회담의 합의를 훼손하기 위해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하기로 음모를 꾸몄다.”물론 미국 재무부가 작년 9월 미국 은행들에 대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과의 거래를 금지시킨 데 대해서는 ‘왜 하필 이때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북한이 수퍼노트(아주 정교한 미화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만들고 마약을 밀매하는 것은 몇 년간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만 미 재무부가 북한의 불법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은 9·11 테러 후 금융전문가들이 테러집단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검은’ 돈의 흐름을 집중 조사하면서였다.

일단 증거를 잡게 된 이상, 미국은 6자회담의 상황 여하와는 상관없이, 미국 경제와 국제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 이행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불법적 자금 흐름을 차단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과 합법적인 경제 협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허상3:“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를 위해 인권을 들먹인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주민 통치에 비판적인 말을 해 왔는데, 그 때문에 북한은 대화를 그만두겠다는 위협을 하고 나섰다.

하지만 6자회담 방식을 처음 제안한 것은 바로 부시 대통령이었고, 미국이 스스로 제안한 회담을 저버리려 할 리가 없다. 미국은 최근 북한 인권특사를 임명했다. 그는 각국 정부·비정부단체(NGO)들과 협력해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개선할 조용한 방법을 찾으려고 애쓸 것이다. 6자회담의 틀을 깨지 않고서도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다.

어떠한 양자 관계에도 다소의 흠은 있는 법이다. 그러나 한미 동맹은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가치와 양국 관계의 안정과 번영이라는 공통의 이익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을 둘러싼 부정적 허상들을 없애는 것은 한미가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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