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올해 서울에 올 것인가?
당국자와 남북관계를 보다 전향적으로 해석하는 인사들은 그럴 가능성을 점친다. 답방은 국제사회 앞에서 한 약속이고, 국제적 여건도 점차 개선되고 있으므로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얘기이다.

실제로 지난 5월 3일 평양을 방문한 페르손 스웨덴 총리를 비롯, 파월 미 국무장관,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 등이 잇따라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답방 약속의 이행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누가 방해해서 서울에 못 간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셈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서는 서울에 오지 않을 때 잃을 것이 많다고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말한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내년 2월에는 김 위원장의 60회 생일이, 4월에는 김일성 전 주석의 90회 생일이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그때까지 인민에게 무언가 희망을 보여줘야 하므로 답방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김영수·서강대 교수) 또 답방을 포기할 경우, 북한은 남한당국은 배제하고 미국과 갈등하는 벼랑끝 전술로 완전 회귀해야 하는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전술의 한계는 이미 드러났기 때문에, 장고 끝에 답방이란 정면돌파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분석했다.

이와는 달리, 김 위원장이 이미 답방 시기를 놓쳤다(이동복·전 의원)고 말하는 전문가도 많다. 한마디로 1년 전에 비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해 있다는 것이다.(정영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우선 북이 얻을 것이 많이 줄어 들었다. 북이 바라는 전력은 물론, 무조건적인 경제적 지원이 어려워진 게 우리 내부의 분위기이다. 북으로서도 2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1차회담 때보다 더 진전된 내용, 예컨대 군사적 긴장완화, 평화체제 구축 등의 선물을 내놓아야 하나, 그럴 의지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나아가 김 위원장이 경제적 실리 못지않게 자신이 정치적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판단했을 때 답방을 결심할 것으로 예상한다.(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런 측면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김 위원장의 결심을 주춤거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김 위원장은 미·북 및 남북 간 대화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심을 계속 늦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문카드부터 꺼낼지 모른다는 예상도 한다.
/ 홍준호기자 jhh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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