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늙었구나. 무엇보다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

28일 오전 부산시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제4차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죽은 줄만 알고 지냈던 북측 딸 유덕(59)씨와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손자 민성(37), 경옥(41.여)씨를 56년 만에 만난 남측 김정선(92) 할아버지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나이보다 더 늙어보이는 딸의 나이를 확인하며 김 할아버지는 50여년 만에 만난 딸의 건강을 걱정하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김 할아버지가 딸에게 "나를 알아보겠냐?"고 묻자 유덕씨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진으로만 아버지를 알고 지냈습니다"며 다시는 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던 아버지를 만난 기쁨에 눈시울을 붉혔다.

평양에서 살던 김 할아버지는 1.4 후퇴 때 전쟁을 잠시 피한다는 생각으로 엉겁결에 부인과 1남3녀를 북에 남겨 둔 채 큰 아들만 데리고 남으로 내려왔다.

딸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물어 본 김 할아버지는 "중국을 통해 소포를 보내면 받을 수 있느냐?"며 오랜 세월 떨어져 있던 딸에 대한 미안함을 선물로나마 대신하고자 했다.

손녀 경옥씨가 "이제 화면을 통해 서로 살아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4월 평양에서 열리는 아리랑 축제에 꼭 찾아 오시라"며 "그 때 만나 뵙고 싶다"고 말하자 김 할아버지는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느냐?"고 물으며 딸 손자를 만나고 싶은 애틋한 마음을 보였다.

만남을 기억하기 위해 종이컵에 물을 따른 뒤 딸과 손자들에게 건배를 제의한 김 할아버지는 단숨에 물을 들이키며 "대동강 물은 아니지만 물 맛이 꿀맛이다"며 꿈같은 상봉의 달콤함에 웃음지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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