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깊이 있는' 군사분야 협의 예상

남북이 다음 달 2∼3일 열릴 제3차 장성급회담의 수석대표를 종전의 준장급에서 소장급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한 것은 남북간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에 대한 양측의 필요성이 맞아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측으로서는 북핵 문제에다가 위폐 문제까지 겹쳐 궁지에 몰려 있는 가운데 남북간 긴장완화의 제스처를 보여줄 의도가 있고, 우리로서도 철도.도로 통행을 위한 군사보장합의서 체결과 서해상 충돌방지 문제 등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측이 먼저 수석대표 계급을 상향 조정하자고 제의해 온 점은 북측도 장성급회담의 중요성을 뒤늦게 나마 인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북측은 21일 전화통지문에서 "장성급 군사회담의 중요성과 회담에서 다뤄질 의제의 무게 등을 고려해 단장을 김영철 중장(남측의 소장)으로 임명했다"며 우리측도 이에 맞춰줄 것으로 요구해왔다.

사실 2004년 장성급회담을 합의할 당시 우리측이 수석대표를 소장급으로 하자고 제의했지만 북측이 이를 거부해 준장급으로 결정되는 등 6.15 정상회담 이후 마지못해 장성급회담을 합의해 주는 듯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국방부의 회담 관계자는 24일 "이번 회담에서 다룰 서해상 충돌방지 등에 대해 북측도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의 주의제인 서해상 우발충돌 방지 개선안과 서해상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으며, 경의.동해 철도.도로 통행의 군사보장합의서 체결을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2000년 9월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는 남북 국방장관회담에 대한 논의도 실질적인 선에서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다소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측이 김영철 중장(남측의 소장)을 내세운 부분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김 중장은 1990년대 초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를 지내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 경호.의전 실무접촉 북측대표를 맡았던 호위총국 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2년 남북군사분과위 회의 당시 북측 위원장을 맡아 남북기본합의서 불가침분야 부속합의서 타결을 이끌어낸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남북회담의 베테랑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 처럼 남북회담에 `잔뼈가 굵은' 인물을 수석대표로 내세운 데는 속내가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서해상 충돌방지와 공동어로 구역설정 문제를 논의하되 장기적으로는 군축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물로도 일각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우리측 수석대표로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육군 소장인 한민구 정책기획관으로 결정됨으로써 과거 해군 준장이 수석대표였을 당시에 비해 논의 분야는 물론, 운신의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북핵과 위폐 문제가 난항을 겪으면서 대미 통로가 꽉 막혀 있는 북측으로서는 남측과의 대화 통로 확대가 절실했을 것이고, 따라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형식적인 계급 격상에 그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회담 대표 격상은 북측이 나름대로 회담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볼 수 있지만 위폐 문제 등으로 대미 채널이 막히면서 한국의 활용성이 커졌기 때문에 대남 통로를 넓히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