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4월 방북 계획을 지방선거 이후인 6월로 연기한데 대해 여야는 20일 연기 배경과 정치적 파장을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열린우리당은 민족적 과제로 추진해 온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의해 연기됐다면서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이후로 방북이 늦춰진 것은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된 결과라고 환영했다.

◇우리당 = 야당의 정치공세로 방북이 연기된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이라는 입장 속에 “결단의 고민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시에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고착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난 공세에 나섰다.

우상호(禹相虎) 신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 회의 브리핑을 통해 “특정 정당의 선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방북을 기획했다는 야당의 공격 때문에 민족적 과제를 수행해야 할 역할을 연기한 것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우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이 건강이 매우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방북 계획을 밝혔던 것은 민족 화해와 통일의 획기적 진로를 개척해야겠다는 열정과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6월 방북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돼 남북간 교류.협력의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이번 문제로 남북관계가 고착화하고 지지부진해 지는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웅래(盧雄來)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통일, 민족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이 때문에 방북이 폄하되니까 방북을 늦춘 것 아니겠느냐”면서 “민족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한나라당은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DJ 방북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정리해서 발표하겠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하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불가피성을 존중하고 뒷받침하겠다”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문제가 정략적 공방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문희상(文喜相) 전 의장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방북 연기를 결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고, 임채정(林采正)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도 “정치권에서 정치적 계산이 있다고 말하니까 논란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지원을 위한 초당적 모임을 추진중인 열린우리당 최 성(崔 星), 한나라당 고진화(高鎭和),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국민중심당 신국환(辛國煥) 의원 등 여야 의원 대표 5명은 이날 국회에서 별도의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모임을 주도한 최 성 의원은 회의에 앞서 “김 전 대통령이 결단을 하게 된 고뇌를 깊이 이해한다 ”6월 방북시 더욱더 초당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 방북 시기를 5.31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 온 만큼 방북 연기를 일단 환영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6월 방북 역시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여전히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경계하고, 방북 문제는 어느 특정 정파나 세력이 아닌 국민 모두의 공감대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 이후로 방북을 연기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현 정부가 남북문제를 정치,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기를 다시 한번 바란다”고 말했다.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은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지방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DJ 스스로 날짜를 조정하기를 바라는 입장이었다”며 “우리의 뜻을 받아들여 준 걸로 보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유정복(劉正福) 비서실장은 “선거를 앞두고 결단을 내린 것은 잘된 일”이라며 “과거처럼 선거를 앞두고 깜짝 이벤트 등을 통해 정치적 전략을 취해왔던 부분들은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기 차원을 떠나 DJ의 방북 자체에 대해 ‘원천적인’ 문제 제기도 있었다.

이방호(李方鎬)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6월 방북도 5월 선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라고 지적하고, “가서 논의할 의제가 뭔지, 조건 등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김정일(金正日) 위원장 답방이나 연방제 등이 논의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시기도 중요하지만 방북 자체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하고, 우리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경률(安炅律) 원내수석부대표는 “통일은 국민적 어젠다인 만큼 여야는 물론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방북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재원(金在原) 기획위원장도 “정부.여당도 (DJ 방북을) 정치쇼처럼 구상하지 말고, (차라리) DJ를 정부 특사로 보내라. 기차타고 가서 비공개로 하는 쇼는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민노당.국민중심당 =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4월에 방북이 이뤄지더라도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옳다고 봤지만 DJ 스스로가 그런 사정을 감안했다면 도리가 없다고 본다”면서 “다만 민주당은 언제든 DJ의 방북이 성공하도록 도와야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박용진(朴用鎭)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의 지나친 정치적 해석과 정략적 태도로 방북이 연기된 것은 매우 유감으로 색깔론을 벗지 못한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심판받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그러나 여유를 갖고 남북 모두 준비를 더 잘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중심당 이규진(李揆振) 대변인도 “DJ가 방북시기를 지방선거 이후인 6월로 연기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라며 “4월 방북은 지방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오해의 소지가 컸던 만큼 방북 연기를 환영한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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