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6.15남북공동선언을 채택한 지 만 1년이 됐다. 지난 1년동안 북한은 변화했는지, 그리고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약속한대로 서울을 답방할 것인가를 주제로 두 차례에 걸쳐 특집을 싣는다./편집자

1년 전 남북 정상이 서명한 ‘6·15 공동선언’은 자주적 통일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 논의 이산가족 문제 해결 경제·사회·문화 협력 활성화 당국 간 대화 정례화를 담고 있다.

이 선언이 공표된 이후 남북 간에는 장관급회담을 비롯해 13차례의 대화와 실무협의가 진행됐으며, 1만4000여명의 이산가족들이 혈육의 정을 나누거나 생사 여부를 확인했다.

작년 6·15 이후 금강산 관광객을 제외하고 매월 평균 700여명이 남북을 오갔다. 또 투자보장, 이중과세, 청산결제, 상사분쟁 해결 등 4개 합의서를 체결했고, 교역규모도 4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의 언론사 사장단을 만나고, 북한의 대남공작 총책이 서울과 제주를 방문하기도 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도 「폐쇄적 자력갱생」에서 ‘개방적 자력갱생’으로 변화하려는 징후가 보였다. 국제기구 가입 노력과 함께 수백명의 실무자들을 시장경제 연수를 위해 서방으로 내보내고,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잇따라 수교한 것도 개방적 자력갱생의 일환이라고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분석한다. 독일 등과 수교할 때 “외교관의 북한 내 자유 왕래” 조건을 수용한 것이나, EU와 ‘인권대화’를 시작한 것 등은 과거엔 상상도 못했던 변화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활발했던 남북 간 교류·협력은 지난 3월 북한의 5차 장관급회담 불참 이후 벽에 부딪혀 당국 간 대화가 석 달째 중단되고 있다. 최근엔 사전통보 없이 선박을 제주해협으로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북한은 미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책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남북관계를 속도조절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그동안 보여준 변화의 제스처가 ‘본질적인 것’이 아님을 입증한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북한은 여전히 변화에 따른 체제 동요를 우려하고 있으며, 남한을 ‘경제지원 수혈처’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대내적으로도 여전히 사회주의 이념, 독재체제, 계획경제 등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조명철·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선군정치’를 틀어쥐고 사상 개방은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유환·동국대 교수).

일각에선 남한과 대화를 하면서도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는 미국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정영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군부의 대남인식에서도 변화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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