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편향 공세에는 정면 돌파로, 정책 현안에는 원칙적 입장을 토대로 충실하게, 민감한 질의에는 답변 유보로..

이는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보인 답변 태도에 대한 국회 안팎의 평가다.

학자 출신 답게 논리와 달변, 침착한 태도가 돋보였지만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면서 때로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나왔다.

그는 우선 과거 논문이나 기고문 내용을 바탕으로 사상의 편향성을 추궁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김일성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며 논란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이 내정자는 김일성 체제와 주체사상에 대해 미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주 비판적으로 박사논문을 썼다”며 “국민들이 제가 대단히 빨갛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친북좌파’라는 공격에 대해서는 별도의 답변 시간을 요구, “일고의 가치도 없다. 북한 체제를 찬양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한 뒤 “대학원생들이 내 책을 많이 봤는데 그런(친북좌파)다는 얘기를 안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 내정자는 나아가 “참여정부가 자주국방을 위해 매년 9%의 국방비 증강을 추진했는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도했다”며 “80년대 이후 이런 국방비 증강이 없었는데 그런 친북좌파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1987년 ‘사회와 사상’ 기고문에서 역대 정권의 통일 논의 독점을 문제삼고 제국주의 세력을 언급했는데 제국주의 세력은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어떤 세력은 이렇게 본다고 쓴 것 같은데, 그 당시 나이에 그런 생각에 동조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솔직한 모습도 보였다.

이 내정자는 또 1988년 ‘분단올림픽’을 반대했다는 것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제 나이 서른한살 때 쓴 글에 대해서는 논문이 아니고 잡글이라도 책임지겠다”며 “젊은 시절 폭이 좁았고 편협한 것을 인정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시 단독올림픽 반대 전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쓴 것을 아시느냐”며 반격하기도 했다.

그는 전략적 유연성 협상과 한미 양국이 교환한 각서 초안의 보고 누락 논란, 그와 관련된 기밀문서 유출 문제 등 정책 현안에 대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반복했다.

이 내정자는 “2004년 3월 북미국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미측 초안을 갖고와서 3월말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사전협의조항이 빠진 것에 대해서는 “우리의 승인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 한 사전협의만으로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자주’와 ‘동맹’ 문제에 대해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지 ‘도 아니면 모’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고쳐야 할 것”이라며 ‘균형’을 당부했다.

이 내정자는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에 대한 판단처럼 민감한 질의에 대해서는 회담 상대방이라는 이유로 공개적인 답변을 유보하거나 우회적으로 비켜가려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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