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게이조(소연혜삼) 전 일본총리의 장례식이 치러진 8일 도쿄(동경)는 나흘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한·미·일 3국간 마지막 ‘3각 조율’의 외교 무대였다. 도쿄를 찾은 80여개국 조문사절 중, 장례식을 전후하여 김 대통령과 모리 요시로(삼희랑) 일본 총리, 클린턴 대통령과 모리 총리, 김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간에 20~30분 안팎의 3각 정상회담만 잇따라 열렸다.

◆한·미 정상회담

오후 5시 15분 김 대통령은 오쿠라호텔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30분간 만났다. 두 정상간 ‘이견’은 없었다. 특히 김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을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친구”라고 수차 호칭하며, 대북정책에 대한 지원에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또 “평생친구인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역사에 훌륭한 업적을 많이 남겼고, 앞으로도 많은 업적을 남길 것”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클린턴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 옐친 전 대통령을 방문한 것을 거론하며, ‘따뜻한 대통령의 인간성’이라고 치켜세웠다.

클린턴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매우 기쁜 소식”이라면서, “중요한 회담이기 때문에 성공하기 바란다”고 했다.

또 “김 대통령이야말로 북한이 발전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도와주는 데 가장 적절하신 분이라고 믿는다”면서, “미국 대통령으로서 김 대통령을 도와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 도와주려고 한다”고 화답했다. “역사적 사건이므로 조그만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큰 영광으로 생각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갖고 있는 관심사항에 대해 김 대통령이 잘 다루리라 믿는다”고 말해, 북한핵·미사일 문제도 다뤄줄 것을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이에 “55년만에 철조망을 넘어 북한에 가는 것 자체가 터닝포인트가 되는 의미를 가지며, 닉슨이 72년 중국방문한 것과 같은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면서, “북한에 가서 한반도에 평화가 오려면 남북한이 관계개선을 해야하며, 미·일과도 좋은 관계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겠다”고 화답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브루나이·11월)에서 보게될 것인데, 그때 김정일 위원장을 데려오면 큰 기사거리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

김 대통령과 모리 총리는 대북한 관계개선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공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로 바쁜 데도 불구하고, 직접 찾아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모리 총리의 인사에 대해, 김 대통령은 “그 분의 서거에 대한 애석함이 너무 커 직접 오기로 했다”고 화답했다.

모리 총리는 “나의 방한 중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지고, 또 그 결과를 금방 발표한 것에 놀랐다”면서, “이는 북한도 변하고 있다는 징조로 본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 “이는 국제사회에서 후원자에 대한 필요성과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를 바꾸고 싶다는 뜻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안보와 경제 재건”이라며,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는 북한이 경제재건에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미·일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직후 만난 클린턴 대통령과 모리 총리는 남북한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와 함께 북한의 변화를 바란다는 공동입장을 재확인했다.

약 30분간의 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은 대단히 중요하다. 북한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관계를 정상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리 총리는 “일본에도 남북 정상회담은 중요한 전기”라며 “북한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클린턴 대통령도 동감의 뜻을 표명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전했다.

/도쿄=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권대열기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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