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한 재일(재일) 조총련계 지휘자가 서울에서 KBS교향악단을 지휘,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 협연한다.

한국오케스트라를 서울에서 처음 지휘할 북한계 지휘자는 김홍재(46).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국적은 북한계 ‘조선적(조선적)’이며, 일본에서 양대 지휘자 상인 ‘사이토상’(79년)과 ‘와타나베상’(98년)을 모두 수상한 유일한 지휘자다. 김홍재가 오를 무대는 오는 10월 20~23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차 ‘아셈’(ASEMㆍ아시아유럽국가정상회담) 개막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아셈 개막 축하공연’이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재중인 백건우씨와 예술의 전당 측은 27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사실들을 확인했다. 백씨는 “북한계 지휘자와 서울에서 협연하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김홍재는 일본 도호학원 대학을 나와 79년 제14회 도쿄 국제지휘콩쿠르에 1위없는 2위 입상, 독일에서 윤이상과 지휘자 쿠르트 마주르에게 배웠다. ‘신일본필하모닉’ ‘나고야필하모닉’ ‘교토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지냈으며, 특히 모차르트음악의 최고 해석가로 일본에서 정평났다.

백씨가 김홍재와 협연하려는 작품은 부조니의 ‘피아노협주곡 1번’. 합창이 가세하는 대작으로, 국내서 한번도 연주된 적 없다. 백씨는 “지휘자의 음악적 구성력이 뚜렷해야 연주가능한 작품”이라며 “김홍재가 이곡을 흔쾌히 받아들일지 장담할 순 없지만, 이런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김홍재와 예술의 전당은 백씨 협연과 별개로 북한 작곡가의 관현악곡도 한곡 정도 이날 전반부에 연주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아셈 개막 공연’은 문화관광부가 주관하며, 하루앞서 19일 폴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 겸 지휘자 펜데레츠키가 서울시향을 지휘, 예술의 전당에서 ‘아셈 축하 전야공연’을 꾸민다. ‘아셈’ 기간 중 예술의 전당에서는 가을축제를 겸해 나흘간 연주회가 열리며, 2건의 ‘아셈 콘서트’ 외에 정명훈 지휘, 로마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21일), 소프라노 신영옥 콘서트(22일)가 최종 확정됐다.

백건우씨에게는 ‘아셈 개막공연’ 외에도 두 가지 경사가 더 겹쳤다. 프랑스 문화부가 프랑스 정부 문화예술훈장 수훈자로 백씨를 최근 발표했고, 세계굴지 ‘데카’(영국) 레코드사가 백씨와 전속 녹음계약을 맺은 것.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수훈에 대해 백씨는 “런던에서 열린 프랑스혁명 축하음악제 때 프랑스를 대표해서 연주하고, 프랑스 디나르음악제 음악감독을 맡는 등, 프랑스작품을 즐겨 연주하고 녹음한 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백건우씨의 ‘데카’ 레코드 녹음 프로젝트는 야심차다. 28~30일 영국 런던 포턴홀에서 녹음할 1집은 부조니가 편곡한 바흐의 ‘코랄 프렐류드’ 10곡 전곡을 담는다. 바흐 250주기를 기릴 겸, 평소 부조니 편곡의 바흐음악에 남다른 애정을 기울인 그의 아이디어다. 부조니 편곡 ‘코랄 프렐류드’ 전곡 음반으로는 백건우 1집이 유일하다. 1집에는 바흐 ‘토카타 C장조’, 부조니가 편곡한 바흐 ‘샤콘느’도 함께 담아낸다. ‘데카’ 레코드사는 백건우1집을 10월에 내며, 앞으로 2장을 더 녹음하기로 했다.

백씨는 런던녹음을 마치고 프랑스 콜마음악제에서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바쁜 여름을 보낼 예정. ‘아셈’ 공연에 앞서 9월초 한국에 들러 KBS교향악단과 광주(6일), 진주(7일)에서 키타옌코와 협연하는 일정도 잡아놓았다.

/김용운기자 proarte@chosun.com

[날 짜]20000630

[제 목]IPI·WAN·WEF·국경없는 기자단 조선일보기자 입북거부 항의서한;IPI - 유엔 인권협약에 대한 명백한 침해;WAN·WEF - 남한과 민주세계의 가치 무시;국경없는 기자단 - 적십자회담 취재 즉각 허용을;

[본 문]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귀하

빈, 2000년 6월 28일

전 세계 언론 편집인과 간부들의 모임인 국제언론인협회(IPI)는 북한 당국이 최근 한국 조선일보 김인구 기자의 북한 입국을 거부한 사실을 규탄한다.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인구 기자는 지난 6월 28일 금강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남북적십자회담 공동취재단의 일원으로 취재 허가를 받았으나, 북한 당국은 김인구 기자의 입경을 거부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김인구 기자 소속사인 조선일보의 기존 보도 태도 및 논설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서 북한 당국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도 조선일보의 ‘비판적인 보도’ 등을 이유로 조선일보 기자의 입경에 대해 거부 의사를 보인 적이 있다.

국제언론인협회는 김인구 기자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이번 조치가 유엔 국제 인권협약 19항이 규정한 ‘국경에 관계 없이 모든 언론을 통해 정보와 아이디어를 구하고, 수집하고 전달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 권리’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믿는다.

이에 국제언론인협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인구 기자의 즉각적인 입북 취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전 세계 모든 기자들이 북한에 대해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도록 김 위원장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도 촉구한다. /IPI 사무총장 요한 프리츠

김정일 국방위원장 귀하

전 세계 93개국 1만7000개 이상의 매체를 포괄하는 세계신문협회(WAN)와 세계편집인포럼(WEF)은 북한 당국이 금강산에서 개최된 남북 적십자회담을 취재하려던 조선일보 기자의 입경을 거부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남·북한 간의 근본적인 차이는 남측은 자유 언론의 전통을 가졌다는 것이고, 북측은 모든 비판을 억압한다는 점이다. 북한 정부가 남측 공동취재단 중 기자 한 명의 입경을 그 신문의 논설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은 남한과 전 민주세계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인 동시에 국제적인 조약들에 의해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귀하에게 김인구 기자가 금강산 적십자회담 취재를 위해 즉각 입경이 허락되고 공동취재단 동료들과 똑같은 정보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해 줄 것을 촉구한다.

/세계신문협회 회장 로저 파킨슨

/세계편집인포럼 회장 루스 드 아키노

김기남 북한 노동당 선전 선동 담당 비서 귀하

전세계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독립 기구인 ‘국경없는 기자단’은 북한 당국이 한국 조선일보 김인구 기자의 남북 적십자 회담 취재를 위한 북한 입국을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27일 남북 적십자 회담 취재차 금강산 장전항에 도착한 조선일보 김인구 기자의 입국을 거부했다. 북한 당국은 그가 ‘불쾌한 기사들’을 써왔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과거에도 북한 체제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수 차례 위협을 받았다. 지난 97년 6월 북한 당국은 조선일보가 ‘김정일의 퇴진’을 촉구한 기사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국경없는 기자단은 김 기자의 남북 적십자 회담 취재를 허용할 것을 김 비서에게 촉구한다. 한국 기자에 대한 입국 거부는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저해하는 행위이다.

/국경없는 기자단 사무총장 로베르 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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