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복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에서 네번째)이 28일 음력설 경축 공연‘내 나라의 푸른 하늘’을 관람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

한때 ‘북(北)권력 2인자’ 장성택 2년만에 컴백

개혁·개방 포석 - 중국 방문 이후 평양재건 역할 맡긴듯
후계구도 역할론 - 김정일 처(妻) 고영희와 후계놓고 갈등說


2004년 초부터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妹弟) 장성택이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한때 ‘북한 권력 2인자’로 불리던 인물이다.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사법·검찰·공안기관까지 관장하다 2004년 초 갑자기 한직(閑職)인 노동당 하부학교 책임자로 물러났다. “권력욕에 의한 분파 행위 때문에 밀려났다”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그런 장 부부장이 지난 28일 저녁, 북한 최고 권부인 국방위원회가 설을 맞아 주최한 경축공연에 나타났다.

◆북한식 개혁·개방 위한 재기용

그는 한때 개혁·개방노선 전면에 세워졌던 인물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2002년 김 위원장의 직접 지시를 받고 경협시찰단으로 남한과 각국을 시찰했던 인물”이라며 “이번에도 그런 쪽의 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측 전문가들은 장 부부장이 당 학교 책임자로 좌천됐을 당시 “개방 정책과 자본주의를 연구해보라는 임무를 김 위원장에게 받았다”고 했다.

일본 언론도 “장성택이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경제 개방과 체제 유지를 모두 책임질 수 있는 장성택에게 좌천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본주의 시스템을 공부하라고 지시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부부장은 이번에 복귀하면서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을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올해 나아갈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은 평양의 전체적인 재건과 개발을 통해 개혁·개방 정책의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일 후계 구도와 관련 있나

장 부부장의 2년 전 ‘좌천’ 이유로 김정일 처 고영희(2004년 사망)와 후계 구도를 둘러싼 갈등의 결과 밀려났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황장엽씨는 2003년 7월 국회 토론회에서 “김정일 체제가 무너질 경우 뒤를 이을 사람으로, 장성택이 제일 가깝다. 사실상 북한의 제2인자다”고 말했다.

이 말이 장 부부장의 좌천을 가져왔다는 관측도 있다. 그만큼 권력 핵심에서 차지하는 그의 비중이 컸고, 견제도 많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으로, 김 위원장이 신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의 형 장성우와 장성길도 모두 군의 고위직이다.

김 위원장은 1990년대 후반 김일성 전 주석의 측근들을 권력에서 밀어낼 때 장 부부장을 앞세웠다고 한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이 장 부부장을 통해 후계 구도 마련을 위한 북한 권력 재편에 착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남북관계 관여 가능성

장 부부장은 2003년 사망한 김용순 대남 담당 비서와 함께 남북관계에 깊숙이 관여했다. 우리 당국자들은 “두 사람이 사라진 뒤 남북관계에서 큰 진전을 주도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대남사업의 창구를 복원키 위해 매제를 복귀시킨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작년 한때 김 위원장이 그의 좌천 이유에 대해 “장성택은 남반부에서 너무 폭탄주를 많이 마셔 몸을 상했다”고 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 이후 개혁·개방을 위해 장 부부장을 내세운 것이라면 남북관계도 크게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권대열기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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