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보수와 진보에 대해서 강한 비판

‘용쟁호투(龍爭虎鬪)’. 뉴레프트와 뉴라이트를 대표하는 4명의 학자들은 우리 사회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두 진영은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이념적 공백에 빠졌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뉴라이트’와 ‘뉴레프트’는 각각 ‘자유주의’와 ‘지속 가능한 진보’를 새로운 이념으로 제시했지만, 서로 상대방이 내걸고 있는 주장에 “뚜렷한 내용이 없다”고 비판 했다.

하지만 “기존의 보수와 진보는 더 이상 우리가 세계화와 정보화 이후 새롭게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 논의가 달아오르면서 참석자들은 상의를 벗었고, 와이셔츠 소매를 걷었다.

새로운 발전 모델과 양극화에 대한 논의에서는 뉴레프트가 논의를 주도했다. 임혁백·김형기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책 과제와 해법을 제시했다.

반면 그동안 주로 정부를 비판하는 입장이었던 유석춘·김영호 교수는 박정희의 개발독재 모델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개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 문제로 논의가 넘어가자 국면은 반전됐다. 뉴라이트는 좌파의 ‘뜨거운 감자’인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했고 ‘평화’와 ‘인권’ 중 어느 쪽을 중시할 것인지 입장이 갈렸다.

그러나 김형기 교수는 ‘보편적 인권 존중’ ‘북한 체제보다는 주민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이날 토론은 뉴레프트와 뉴라이트 모두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논의가 원론이나 원칙 차원에서 맴도는 느낌도 주었다.

하지만 대립과 분열보다는 정책 개발의 경쟁을 벌이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은 큰 성과였다. 이들은 소주를 곁들인 저녁을 같이했다.
/이선민기자 sm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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