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중국 베이징주재 한국대사관에 머물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12명의 여성 탈북자들./연합자료사진

인권침해 요소 곳곳 산재…취업ㆍ직장 차별 심각

“담당 형사가 보호를 명목으로 ‘만나는 남자가 누구냐’고 묻는 등 사생활을 깊이 알려고 하고 취업 면접에 가면 ‘북에서 왜 왔나, 범죄 저지르고 온 것 아니냐’는 질문부터 합니다”.

새터민(탈북자)이 국내서 느끼는 인권 침해가 상당한 수준인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국제평화전략연구원에 의뢰해 26일 발간한 ‘국내탈북자의 인권상황 개선 연구 보고서’는 새터민이 남한에서 겪는 인권 침해 사례를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결과를 담고 있다.

▲ 직장내 차별과 빈곤층 전락 = 가장 심각한 차별로 지적된 것은 직장 내 차별로 조사대상 새터민 3명 중 2명이 ‘직장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대답하는 등 소득과 승진에서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당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의 심층 면접에 응한 한 탈북 남성은 “취업할 때 탈북자라고 하면 70∼80%는 고용을 거부한다”며 “취업해도 차별은 이어져 배관공으로 취직했는데 남한 사람에겐 160만원을 주고 나는 100만원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새터민 남성은 “직장에 탈북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도 담당 형사가 직장에 알려줘 모두가 알게 됐고 한 직장동료는 심지어 ‘내가 군대에서 이 나라를 지켰는데 너희는 쳐들어 오겠다고 했으면서 왜 남한에 살러 왔느냐’며 싸움을 걸었다”며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털어놨다.

취업과 직장 생활에서 차별을 겪는 새터민은 만성 실업에 빠져 정부 지원금만으로 궁핍한 경제생활을 하는 등 ‘빈곤의 악순환’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설문대상자 500명 중 가족 한달 수입이 50만원 미만이라고 대답한 경우가 41.3%에 달했고 100만원 미만인 경우를 포함하면 73.7%를 차지했다.

한 새터민 출신 대학생은 “형 몫을 합쳐 50만원 정도를 정부에서 지원받는데 집세와 관리비를 내면 한 사람당 10만원 정도가 남는다. 학교 다니면서 밥을 먹거나 책을 사는 일도 불가능해 휴학했다”고 말했다.

▲ 입국 초기 인권침해 = 새터민들은 입국 초기 조사과정과 하나원 입소시기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입국 초기 강제되는 독방생활과 조사관의 폭언 등 인권침해 요소도 다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38.5%의 새터민이 조사 과정에서 공포심을 느꼈다고 대답했으며 대다수의 응답자가 독방을 쓸 때 TV나 신문을 볼 수 없었고 운동ㆍ산책도 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4명 중 1명이 조사 과정에서 폭언이나 욕설을 경험했고 소수이긴 하지만 4.1%인 20명이 폭행을 당했다고 대답했으며 17.9%는 성경험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터민들은 “정부합동 조사기관 안에 종교시설이라곤 교회만 있고 신앙 여부에 상관없이 새벽에 모두 기도를 하러 가게 한다”며 종교의 자유가 억압되는 점도 지적했다.

하나원에서 폭언을 들은 경우는 12.1%로 한 남성 새터민은 “하나원 선생들이 ‘북한에서 못 먹고 살다가 여기 와서 먹고 사는 거나 다행으로 알라’는 식으로 이야기해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새터민들은 ‘따뜻한 남쪽 나라’에 와서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대표적 사례로 이혼 수속이 되지 않는 점, 몇 번이고 반복되는 각종 설문조사, 사생활을 보호해주지 않는 언론 등을 꼽았다.

한 여성 새터민은 “남한 사회 자체는 좋지만 차별이 심해서 가슴에 맺히는 일이 많다”며 ‘탈북자’에 대한 남한 사회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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