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둔 평양시내 한 상점에서 명절 장식물을 판매하고 있다./연합자료사진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고(故) 윤극영 선생이 작사.작곡한 이 노래는 이제는 설이면 북녘 땅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됐다. 북한도 공식적으로 88년 추석을 시작으로 음력설과 단오 등 우리 전통의 민속명절을 차례로 휴일로 지정해 쇠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음력설을 양력설보다 크게 쇠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2003년부터는 설 당일부터 사흘을 쉬도록 하고 있다. 이전까지 음력설로 불리던 명칭도 설명절로 자리를 잡고 있다.

20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자매지 월간 ‘조국’ 2월호는 ‘평양에서 안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설의 어원을 설명하고 일찌감치 설맞이 분위기에 돌입한 평양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설명절을 앞두고 주민들 각자 자신들이 소속된 기관.단체, 공장과 기업소, 협동농장별로 설 당일에 열리는 예술경연 및 민속놀이나 민속경기에 대비한 연습에 들어가는 것이 보통.

때문에 평양의 ‘10월5일 자동화기구공장’은 직장별 예술공연에 대비해 종업원들이 벌써부터 퇴근시간도 잊은 채 맹연습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 공장 직맹위원장은 ”설명절을 사흘 앞두고 열리는 전 공장 차원의 종합시연회에서 낙선되면 설에는 객석에서 박수나 치는 신세가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공장 소속 변압기 직장에서는 전문예술가까지 초청해 노래지도를 받고 있을 정도로 경쟁도 치열하다. 다른 직장에서는 자기들의 공연 아이템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보안에도 각별한 신경을 쓸 정도라고 잡지는 귀띔했다.

평양시의 급양망(대중음식점을 운영하거나 관리하는 조직)에서도 설명절 당일 시민들에게 명절음식을 차질없이 준비하기 위해 식자재 확보 및 식당 인테리어 개선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통상 설 연휴에는 옥류관은 평양냉면, 고기쟁반국수, 산적, 녹두지짐 등을, 청류관은 오곡밥과 약밥, 노치(찹쌀과 엿기름 가루를 반죽해 기름에 부친 것), 전골과 신선로 요리를 판매하는 게 보통이다.

가정주부들은 벌써부터 설 음식감을 마련하느라 식료상점과 시장으로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다고 잡지는 전했다.

이번 설명절에는 평양의 밤거리도 한층 밝아지고 화려해질 것으로 보인다.

잡지는 ”시내 중심거리에는 불꽃무리등(네온사인류)과 대형전광판이 설치되고 인민문화궁전과 평양체육관, 인민대학습당과 평양제1백화점 등에서는 갖가지 조명장치들이 자기 위치를 차지하고 대기상태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한편 잡지는 설이라는 말의 어원이 눈을 뜻하는 ‘雪’에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최근 북한 언어학계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새로운’이라는 뜻을 가진 ‘사라’ 혹은 ‘서러’라는 고대어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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