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3월 13일 5차 장관급회담에 일방적으로 불참하면서 석 달 가까이 중단돼온 남북 당국간 대화가 이달 중 재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현재 당국간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져있으나, 풀려나갈 기미가 있다”면서 “좋은 방향의 기미와 조짐이 국내외적으로 한꺼번에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좋은 조짐’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현대와 북한이 육로관광을 위한 ‘당국간 대화’를 건의했고, 부시 미 대통령의 대북정책 성명 후 미·북 대화도 머지않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를 염두에 둔 듯하다.

현대와 북한은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해 7월 중 당국간 대화를 갖도록” 건의하기로 했다. 북한측은 현대와의 협상과정에서7월 중 당국간 대화를 ‘6월 중이라도 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현대측이 관광대가 미납금 2200만달러만 지불하면, 이달 중에 당국간 대화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대화’에만 만족할 수 없는 것 같다. 정부의 최대 목표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연내(年內) 서울방문과 2차 정상회담 개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그동안 ‘물밑 접촉’을 통해 북측의 의사를 타진해 왔으나, 미·북관계와 금강산 관광 문제 등과 얽혀 쉽게 풀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은 육로관광을 위한 당국간 대화가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 문제 협의를 위한 대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로선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 문제 등 전반적인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대화 속에서 금강산 육로관광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인구 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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