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지난 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이뤄진 4차례의 방문 가운데 일정이 가장 길 뿐만 아니라 방문지역도 넓은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방문 일정은 짧게는 3∼4일, 길어도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지만 이번 방문은 8박9일에 달해 그의 방중 일정 가운데 가장 길었다.

방문지역도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를 벗어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광둥성 광저우(廣州)와 주하이(珠海), 선전(深천<土+川) 등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인 남부 경제특구를 집중적으로 시찰, 주목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5월29∼31일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는데, 김일성 주석 사망으로 북한 최고 지도자에 오른 후 첫 나들이였다.

그는 장 주석과 회담한 데 이어 중국 지도자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과 개방문제 등에 관해 논의했으며 중관촌(中關村)의 컴퓨터생산공장 등 산업시설을 시찰했다.

이 방문에는 조명록 군총정치국장, 김영춘 군총참모장, 김국태.김용순 노동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국제부장 등이 수행했다.

이어 이듬해 1월15일부터 20일까지 5박6일간 또다시 중국을 찾은 그는 4일 동안 개혁.개방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상하이의 첨단산업시설을 둘러본 후 ‘천지개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눈으로 확인했다.

두 번째 방문에는 김 총참모장, 연형묵 국방위원회 위원, 김국태 비서, 정하철 노동당 선전선동부장,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김양건 부장, 박송봉 노동당 제1부부장, 현철해.박재경 군 대장 등이 대거 동행, 중국의 발전상을 직접 목격했다.

상하이 방문 이후 북한에서는 임금 및 물가의 현실화, 기업의 경영 자율권 확대, 개인 경작지 확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2002년의 ‘7.1경제관리 개선조치’가 취해졌으며 그해 9월에는 신의주특구가 발표됐다.

또 2004년 4월에는 3일 간 중국을 비공식 방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의 신(新) 지도부와 교류를 가졌다.

김영춘 차수, 박봉주 내각 총리, 연형묵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강석주 제1부상 등을 대동한 그는 중국 수뇌부와 회담 및 면담을 갖고 쌍방 친선관계를 강화 발전시킬 것을 강조했으며 귀국길에 톈진(天津)시를 방문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28∼30일에는 후 주석이 답방, 양국간 선린.우호관계를 돈독히 하는 동시에 정치.경제 협력의 지평을 넓혔다.

후 주석의 방북 이후 두 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에는 박봉주 내각 총리, 강석주 제1부상, 박남기.리광호 노동당 부장, 로두철 내각 부총리 등 대부분 노동당과 경제사령부로 일컫는 내각에서 김 위원장의 경제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경제브레인들이 수행했다.

따라서 이들 수행원과 함께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南巡)코스를 밟아 중국의 경제특구를 집중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제2의 경제개혁을 단행하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연회 연설을 통해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천지개벽한 상해시를 돌아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데 이번에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위업수행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는 여러 경제특구들을 돌아보면서 중국인민의 진취적이고 완강한 노력과 그것이 가져온 응당한 결실에서 새로운 더 큰 감동을 받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중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성과를 인정하고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난관을 극복하고 회담 진전 방도를 찾기 위해 중국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지도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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